‘일밤’ MC 지형변화 못읽고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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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어떤 프로그램인가? 2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킨 예능의 교과서가 아니었던가?
 
‘몰래카메라’ ‘인생극장’ ‘러브하우스’ ‘느낌표’ ‘브레인 서바이버’ ‘게릴라 콘서트’ ‘우리 결혼했어요’ ‘세바퀴’ 등 수많은 히트작을 바통터치하며 주병진 이경규 신동엽 김국진 김용만 등 명MC를 배출시킨 프로가 ‘일밤’이다. 스태프인 송창의 PD와 김영희 PD, 강제상 작가까지도 유명인으로 만들었고, 심지어 ‘일밤’의 FD였던 이휘재도 스타로 탄생시킨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런 ‘일밤’이 요즘은, 토크 버라이어티와 리얼 버라이어티의 틀을 잡아준 버라이어티의 전범(典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코너의 폐지와 신설을 거듭하고 있다.
 
탁재훈 김용만 김구라 신정환 이혁재 윤손하 등이 출연한 ‘생태보고서 대망(大望)’은 크게(大) 망했고(亡), ‘퀴즈프린스’는 제목도 기억되기 전에 ‘오빠밴드’로 바뀐다. 또 하나의 코너인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도 방송 6회 만에 전격 폐지가 결정됐다.
 
‘일밤’이 시청률 부진으로 코너를 자주 교체하는 것은 기획력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한국 예능 MC들의 지형도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 수 있는 메인 MC는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신동엽 김용만 이휘재 탁재훈 이혁재 등 많다. 여기서 유재석과 강호동은 치고 올라가 예능사단을 독립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전방의 사단장이 됐지만, 나머지 MC는 오랜 기간 비슷한 버라이어티를 계속 맡다 보니 덩치가 너무 커진 1인자가 돼버렸다. 웬만한 기획력을 갖춘 프로그램을 이들이 맡더라도 참신해 보이지 않아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실정이다.
 
버라이어티의 감초였던 박수홍과 윤정수는 어느 날부터인가 지상파 저녁시간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2인자들인 박명수 신정환 정형돈 등을 1인자로 활용할 수 있는데, 2인자의 메인 MC 기용 실험은 이미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 이럴 때 제작진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새 피’다. 하지만 붐 유세윤 이수근 황현희 박휘순 윤형빈 등 버라이어티 신예들은 버라이어티를 혼자 진행할 수 있는 ‘급’은 아니다. 아직은 ‘열심히 공부’ 중이다.
 
그러니 버라이어티 선배들은 너무 무거워 참신함이 결여돼 있고, 후배들은 너무 어려 ‘메인’을 물려받을 처지가 안 된다. 그래서 유재석과 강호동에게 프로그램의 무게가 더 많이 실리게 된다. ‘일밤’의 김엽 CP는 “신동엽 김용만 탁재훈 신정환 등은 역량은 있지만 프로그램 속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는 게 만만치 않다”면서 “이들을 새롭게 포장해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게 PD의 몫”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예능 MC 상황이라면 프로그램을 완전히 특화하든지(‘스타주니어쇼’의 이경규), 아니면 아예 과거 명코너를 새롭게 재활용하는 전략을 써볼 만하다. 실제 네티즌은 “어떤 MC들을 데려오더라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게릴라콘서트’ ‘상상원정대’ 시즌 2나 시청률을 포기하고 ‘느낌표’ 같은 공익적 프로그램을 해 보라”는 의견을 올리고 있다. 충분히 들어볼 만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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