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고난도의 묘기를 펼치는 익스트림 스포츠들처럼 ‘머니게임’의 고수들도 미술품, 와인을 비롯해 법률소송, 노래 저작권 등 희귀하거나 이색적인 상품에 대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거듭되는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안전 상품을 찾거나, 고수익을 누리기 위해서인데 하자만 이들 ‘익스트림 투자’가 ‘깜짝’ 성공을 거둘 수는 있으나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며, 세계 증시, 경제 동향과 완전히 별개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현재까지 드러난 추세다.

▶ ‘무상관 관계’ 주식 = 프론티어 마켓 펀드의 로렌스 스파이델은 아프리카 오지 르완다 맥주에 투자해 적지 않은 수익을 거뒀다. 르완다는 94년 80여만명이 숨진 학살의 기억이 생생한 저개발국가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기 쉽지 않은 나라다. 스파이델이 지난해 초 투자한 ‘브랄러와’ 맥주는 그동안 150%의 수익률을 냈다. 세계금융시장의 요동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고, 차분하게 주가가 올랐다. 스파이델은 이외에도 이라크 음료, 팔레스타인 전화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증시를 비롯해 세계증시와 ‘동조’ 현상을 보이지 않고 자체 요인에 따라 수익을 실현하는 주식들을 증권가에서는 ‘무상관 관계’ 주식이라고 부른다. 투자자들이 세계 펀드메니저들에게 지불하는 보수는 매년 수십억달러 이상.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거액의 손실을 보기 일쑤다. 2008년 이후 뮤추얼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4천억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세계 주류 증시에서 수익을 거두기 어렵고, 펀드매니저들을 믿지 못해 나온 것이 이색, 틈새 상품 투자다.

▶ 법률 소송, 동전, 와인 펀드 = 법률소송에 투자하는 상품도 있다. 소송 비용을 대거나 빌려준 뒤 이 소송이 이기면 거액의 수익을 거두고, 소송이 지면 투자금을 날리는 방식이다. 이혼소송, 9.11테러 잔해 뒷처리 요원들이 건강문제로 뉴욕시를 상대로 낸 소송, 그루지아의 가스파이프라인 사업관련 소송 등에는 ‘돈장사’들이 개입해 큰 이익을 남겼다.

2010년 에콰도르 열대우림 원주민들이 석유회사 쉐브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한 펀드는 400만달러를 원고들에게 빌려주었다가 몇배의 수익을 거두는 ‘대박’을 터뜨렸다. 법원이 쉐브론에 180억달러를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기 때문이다.

고급 포도주, 희귀 동전 투자 펀드도 있지만 항상 신뢰할만 것은 못된다. 희귀동전에 투자하는 ‘아바레 글로벌’은 2008년 50% 손실을 기록했다. 2년만에 27% 올랐지만 이 기간에 S&P 500의 상승률도 26%였다. 한때 각광을 받았던 빈티지 와인 펀드는 지난해 22% 폭락했다. 헤지펀드 ‘우드 클릭’의 CEO 브렛 헬러먼은 가요 저작권에 투자한다. 이 펀드는 3만여개 곡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어 ‘관타나메라’는 곡은 이 곡이 연주될 때 마다 9.1센트씩 펀드가 가져간다.

▶ 신흥국, 원자재 투자 = 신흥국 투자는 한때 세계금융계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현재 분석 결과 신흥국 투자는 수익률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미국 증시 투자보다 성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투자 역시 갈수록 미국 증시와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증시침체기에는 주가 하락폭이 미국 증시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주가가 37% 떨어지는 대폭락을 했을 때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주식들은 이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원자재도 마찬가지다. 일부 품목에서 대박이 나기도 하지만 미국 증시의 등락폭보다 세계 원자재가격의 등락폭은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지난달 S&P500 지수가 6% 떨어졌을 때 원자재 가격은 9% 하락했다.


성제환 기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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