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이 외국인을 활용하는 방식의 진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요즘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외국인 패널이나 게스트들이 부쩍 늘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이다도시, 로버트 할리 등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방송 활동을 활발히 했다. 그러다 ‘미녀들의 수다’에서는 외국인들이 집단으로 나왔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양적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들과 조금 다른 외국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소 신기하게 바라보는 정도였다.

외국인 방송활동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변화를 일으킨 기폭제는 샘 해밍턴이다. 샘 해밍턴은 ‘진짜 사나이’ 출연으로 토크로 한정돼 있던 기존 외국인 패널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가왔다. 한국군대를 이해하기 힘든 외국인이 직접 체험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다.

한국군대에서 외국인이 힘든 훈련을 온 몸을 던져서 받는다는 사실은 군대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데도 기여했다. 대만계 캐나다인인 헨리의 ‘진짜 사나이’에서의 모습이 갈수록 어색하지 않은 것은 헨리가 자신의 문화와 전혀 다른 세계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임과 동시에 시청자들도 조교 얼굴을 잡고 뽀뽀하는 4차원 헨리의 모습에 갈수록 익숙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샘 해밍턴이 자신도 ‘구멍병사’이면서 ‘군대무식자’ 헨리에게 “군대생활은 이렇게 하는거야”라고 알려주는 고참 캐릭터로 변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나혼자산다’에서 혼자 한국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줄리앙의 모습과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패널 11명의 토크도 외국인 게스트의 양적 확장을 너머 질적인 변화를 수반한 케이스다.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타일러 라쉬와 장위안이 나와 청취자의 사연을 상담해주고 있었다. “수입의 3분의 1이 대출이자로 나가는데 집을 사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청취자가 엽서로 묻고 이들 외국인들이 답해주는 모습은 ‘미녀들의 수다’ 시절에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녀들의 수다’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문화를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걸 신기하게 바라보는 프로그램이었고 에피소드 중심이었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외국인이지만 한국어로 훨씬 더 심도 있고 무게감 있는 토론이 가능해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는 4차원중에서도 강력한 캐릭터인 사유리가 최고의 스타로 부상하며 아직까지도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비정상회담’은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


네티즌들도 한국사회의 현실적 문제에 대한 각국 비정상의 토론 내용에 대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회식문화의 문제성을 지적하는 외국인 패널에 대해 “애사심”이라고 중재한 MC 성시경에게 공격의 화살을 보낸 것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11개국에서 온 비정상 패널들의 인기는 기대 이상이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은 인원수가 11명으로 똑같은 아이돌 그룹 ‘엑소’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다며 ‘젝소’(JTBC의 엑소)로 불리고 있다.

‘비정상회담’은 외국인 패널들의 한국어 실력이 좋고, 자신의 가치관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정해진 틀 없이 흘러가는 새로운 토크쇼가 가능해졌다. 토론주제와 안건은 주어지지만 이야기 형식은 자유롭다. 이야기 틀이 어느 정도 잡혀있어 예측가능한 기존 토크쇼에 비해 돌발성이 묘미인 토크쇼로 발전시키는 데, 외국인 패널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는 한국인의 문화적 편견을 지적한 중국의 손요나, 한국사람보다 더 예리하고 섬세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 미국의 레슬리보다는 웃는 얼굴로 부드럽게 말하는 영국인 에바나 4차원 사유리의 인기가 더 높았다. ‘미녀들의 수다’ 회식 자리에서 몇몇 ‘미녀’들이 기자에게 ‘악플’이 달리는 게 두려워 말을 제대로 못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정상회담’은 우리가 열린 자세로 문화의 상대성과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더욱 좋은 기회다. 비정상 11명의 내공은 전보다 몇수 위다. 너무 심각하거나 어렵게 말하면 EBS(교육방송)가 된다며 재미와 캐릭터도 잊지않겠다고 할 정도다.


친구사이에도 서로 상대를 인정해야 편하게 지낼 수 있듯이, 문화란 서로 차이를 인정할 때라야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우리에게 타인인 외국 방송인들의 문화를 인정하면서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다면 우리의 문화수준도 올라가고 방송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의 활용가치도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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