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이 프로그램 단초는 전유성이 제공”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JTBC 토크쇼 ‘비정상회담‘의 MC는 전/유/성 트리오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단초를 제공한 사람도 개그맨 전유성이다.

‘비정상회담’ 김명정 메인 작가가 월간 ‘방송작가‘ 10월호에서 밝힌 내용이다.

김 작가는 ‘놀러와’를 6년간 이끈 작가다. 언젠가 전유성에게 ‘놀러와‘에 출연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의 거절의 변이 ‘비정상회담’을 만드는 데 하나의 힌트가 됐다.

“또 에피소드만 물을 거잖아. 제일 재밌는 에피소드는 뭐냐. 젤 황당한 에피소드는 뭐냐. 이젠 어떤 토크쇼도 게스트의 생각을 묻지 않는 게 서글퍼. 심지어 생각을 궁금해 하지도 않는 세상이 온 것도.”

이 말을 들은 김 작가는 “벽돌에 맞은 충격”이었다고 한다. 김 작가는 “6년간 ‘놀러와‘를 하며 천여명의 게스트를 모셨지만, 과연 생각을 묻는 질문을 몇 번이나 대본에 녹였을까? 예능이라고 왜 재밌는 에피소드만 묻는 게 ‘정상’이라 여겨왔을까?”라며 “기존 예능의 ‘정상’ 코스였던 톱MC와 톱스타들에게 의존한 프로그램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 다소 ‘비정상‘ 처럼 보여도 오로지 ‘청년들의 솔직발랄한 생각이 난무하는’ 생생한 토크쇼를 만든다면 최소한 기존에 없던 신선함만큼은 어필될 거라 확신했다. 외국의 시선을 유난히 의식하는 우리 정서를 감안, ‘국경 없는 토론회‘라는 틀을 만들어 패기 넘치는 세계 젊은이들의 시선으로 본 ‘2030 한국 청년의 현주소’를 제대로 들여볼 참이었다”고 썼다.

김 작가는 각국 ‘비정상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각 대학의 어학당 추천은 기본이고, 이태원 유명 술집 사장들에게까지 접촉해 빼낸 특급 리스트를 바탕으로 100명이 넘는 2,30대 외국인을 개별 인터뷰했다고 한다.

캐스팅에 필요한 조건은 3가지였다. 김 작가는 “첫째,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할 것, 둘째, 자기만의 가치관이 뚜렷할 것, 셋째, 앞의 두 가지를 재치있게 표현할 수 있는 한국어 실력을 겸비한 외국인일 것”이라고 했다.

예상을 뒤엎는 ‘비정상적’인 견해를 쏟아놓는 친구가 필요했지만, 대다수가 뻔한 한국 예찬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데에 그쳤다고 한다.

김 작가는 터키인 에네스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방송하려면 에피소드가 많아야 살아남죠.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170만명이나 되는데도 하나같이 뻔한 질문, 뻔한 대답들뿐이라 지겨워요. 이 프로그램도 그렇게 가면 몇 회 못하실 걸요? 진짜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 오해마세요”라고 했다는 것.

중국인 장위안은 인터뷰때 한국말이 어눌해 선뜻 캐스팅을 못했으나, 더듬거리는 말투로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하나하나 해명하려 애쓰는 애국심이 ‘비정상‘으로 보일 만큼 눈물겨웠고, 이탈리아인 알베르토는 평범한 직장인임에도 ‘비정상’일만큼 행복지수가 높아 신기해서 캐스팅됐다고 한다. 이제 외국인도 자기만의 생각과 자기만의 논리, 자기만의 관점이 있는 사람을 방송에서 원한다. 하물며 토크쇼에서 에피소드나 신변잡기만을 주야장천 늘어놓는 한국인 게스트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참고해야 할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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