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in Wine ‘잠자는 거인’이 깨어나다

풍부한 맛·합리적 가격·다양성 삼박자 한국서 ‘돌풍’
올들어 2276t…수입량의 20% 칠레산 이어 2위에 랭크

‘잠자는 거인’이 깨어났다. 국내 와인시장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페인 와인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 수입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와인은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국내에 총 2276t이 수입돼 프랑스(1862t)를 제치고 칠레(2755t)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로써 스페인 와인의 비중은 국내 전체 와인 수입량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올해 국내 수입된 와인 다섯 병 중 한 병은 스페인산인 셈이다. 와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페인 와인의 강세는 ‘프랑스 와인 못지않은’ 풍미와 합리적인 가격, 다양성 등의 삼박자가 맞물린 결과라고 풀이한다. 여기에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사라지면 국내 시장에서 스페인 와인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것이란 게 와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2009 Koreaheraldbiz.com

▶스페인 와인, 칠레 와인 열풍 잇나
 
스페인은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뒤를 잇는 세계 3위의 와인 생산국이다. 2015년이면 생산량에서 프랑스를 제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스페인 와인은 ‘잠자는 거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페인 와인에 대한 국내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그랬던 것이 최근 새로운 맛을 찾으려는 와인 애호가의 증가로 스페인 와인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와인 종주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뒤지지 않는 풍미와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점이 스페인 와인의 전망을 밝게 한다. 스페인 와인은 구대륙 와인 중 가장 붉고 강렬해 투우, 플라멩고와 닮은꼴이다. 스페인 와인의 넓은 스펙트럼도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에서 스페인은 와인 애호가 사이에 ‘보석 같은 와인 산지’로 통한다.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팀 부장은 “스페인은 지역별로 와인의 개성이 뚜렷한데다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주정강화 와인 등 모든 종류의 와인이 생산된다”면서 “이 때문에 와인 애호가의 흥미를 충족시키고, 다양한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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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스페인 와인의 최고봉은?
 
스페인에선 프랑스의 A.O.C와 유사한 와인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스페인 와인은 비노스 데 파고스(Vinos de Pagos)-DOC-DO-VCIG-비노스 델라 티에라(Vinos de la Terra), 비노스 데 메사(Vinos de Mesa) 등 총 6등급으로 나뉜다. 이 중 비노스 데 파고스가 최상급 희귀 와인이며, 비노스 데 메사 등급으로 내려갈수록 그 반대다.
 
스페인 와인의 최고봉 비노스 데 파고스 와인의 산지는 도미노 데 발데푸사(Domino de Valdepusa)와 핀카 엘레스(Finca Elez), 엘구이호소(El Guijoso) 등이 유명하다.
 
한 등급 낮은 DOC 와인의 대표 산지는 리오하(La Rioja)와 프리오라토(Priorato), 듀에로(Duero)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리오하산 와인은 숙성연도에 따라 크리안자(2년), 리제르바(3년), 그랑리제르바(5년) 등으로 다시 구분이 가능하다.
 
리오하 지역의 르네상스를 이끈 선구자는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Marques de Caceres)로, ‘가우디움’과 ‘엠씨(MC)’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만족’ ‘기쁨’을 뜻하는 가우디움은 오래된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한정 생산된다. 2001 첫 빈티지로 탄생한 엠씨는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가 카세레스의 설립자인 엔리케 포르네르에게 서신을 보내 치하했던 와인이다. 로제 와인 ‘로사도’와 드라이 화이트 와인 ‘블랑코’, 그리고 달콤하면서 신선한 화이트 와인 ‘사티넬라’ 등도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의 대표 제품이다.
 
카를로스 국왕은 ‘가우디움’, 왕의 모후는 ‘사티넬라’, 필리페 왕자는 ‘카세레스 로사도’를 각각 즐겨 마신다고 한다. 스페인의 유명 디자이너 파코 라반과 크리스천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등도 카세레스 와인 마니아다. 카세레스 와인은 문화ㆍ예술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해 작고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슈퍼 테너 3인방 콘서트의 공식 와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스페인 와인 산업 근대화의 아버지’ 루치아노 무리에타가 세운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Marques de Murrieta)도 라오하 지역의 유명 와이너리다. ‘카스틸로 이가이 그랑 리제르바 에스페셜’가 이 와이너리의 간판급 제품이다. ‘보데가스 란(Bodegas LAN)’과 ‘보데가스 보르사오(Bodegas Borsao)’도 리오하의 와인 명가다. 국내에 선보인 보데가스 란 와인은 란 크리안자와 란 리제르바, 비냐 란시아노 리제르바, 란 그랑 리제르바, 란 리미티드 에디션 등 5가지다. 보데가스 보르사오의 주요 제품은 ‘보라스오 클래시코 틴토’ ‘보르사오 트레스 피코’ 등이 있다. 오는 11월엔 스페인의 또 다른 와인명가 보데가스 온타뇬(Bodegas Ontanon)의 ‘온타뇬 크리안자’가 선보인다.

▶스페인 와인의 또다른 얼굴, 셰리와 카바
 
셰리도 스페인 와인의 대명사다. 생산량은 미미하지만 세계적인 식전주로 통하기 때문이다. 원료는 팔로미노(palomino)라는 청포도를 주로 사용한다.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도 스페인 와인의 한 축을 이룬다. 카바의 대표 브랜드는 ‘코도르뉴’다. 특히 ‘코도르뉴 카바 클라시코 세코’는 최근 종영한 TV인기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일본판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 드라마에 초식남으로 그려진 남자 주인공처럼 일본판의 주인공도 집에서 혼자 스테이크를 먹거나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이 와인을 즐겨 마셨다. 스파클링 와인은 메인 요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신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이향림 롯데아사히주류 와인팀 과장은 “스테이크에 코도르뉴 와인을 곁들이면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고, 향긋한 과일향이 입안을 정리해줘 궁합이 잘 맞는다”고 귀띔했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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