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출 ‘털어내기’의 고민

이른바 ‘털어내기’ 아픔 딛고 자본건전성 회복
흑자전환 분위기 속 손실 감수 쉽잖아 망설여
더 큰 고통 닥칠 수 있어..딜레마 계속

 
금융위기와 불경기를 겪으면서 한인은행들이 많은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있다. 특히 급격히 늘어난 부실자산들로 인해 한인은행들은 그 정리작업에 큰 힘을 쏟고 있는데 만만치 않은 일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한인은행들은 12억달러가 넘는 순대손상각을 기록했다.
 
호경기 속에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상승세를 타고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는 부실대출의 규모도 작아 큰 이슈가 아니었지만 최근 몇년동안 급격히 늘어난 부실대출은 큰 골칫거리여서 경영진과 이사진은 부실자산 정리의 시기와 규모를 두고 항상 고민하고 있다.

부실대출을 정리하는 이른바 ‘털어내기’ 작업을 할 경우 그만큼 자본 잠식이 이뤄져 자본비율이 떨어지고 이는 은행의 생존문제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무작정 부실대출로 분류됐다고 정리 또는 판매 작업에 들어갈 수도 없기 때문에 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어떤 대출을 정리해야 하는 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리고 매각할 때 그 가격과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한인은행들 중에서는 이제는 BBCN뱅크로 통합된 중앙은행이 가장 먼저 ‘털어내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중앙은 2008년 후반기부터 ‘털어내기’ 작업을 했고 2009년까지 이 작업은 이어졌다.
 
이 기간 중앙은 무려 52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증자도 이뤄냈다. 이러한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중앙은 2010년부터 흑자로 돌아 BBCN으로 통합되기 전까지 흑자를 내면서 감독국 행정제재도 가장 먼저 탈출했다.
 
BBCN뱅크의 또 한축인 나라은행도 2009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순익과 손실을 오가면서 정리작업을 했다.

한인은행 중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볼 수 있는 한미은행도 가장 큰 규모의 정리작업을 진행했다. 윌셔은행도 정리시기가 좀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큰 규모의 부실대출을 정리했다. 미래은행과 아이비은행이 파산했지만 비상장은행들도 꾸준한 정리작업을 해왔다.

이처럼 살을 깎는 듯한 ‘털어내기’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은행이 부실대출 정리를 많이 해서 손실을 냈다는 것은 실적상으로는 좋게 보이지 않지만 은행의 미래를 볼 때는 분명히 긍정적인 면도 있다.
 
다시말해 자본비율이 크게 위협받지 않는다면 앞으로 영업력이나 경영진의 전략 구사를 위해 과감히 ‘털어내기’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1월말이면 은행들은 실적을 내놓는다. 지난해를 마감하는 4분기 실적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몇몇 은행은 지난해에 부실대출을 모두 털어내고 새롭게 새해를 출발하기 위해 부실대출의 대량 매각을 신중히 고려 중인 곳도 있다.
 
뚝 떨어진 주식가격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은행들이 흑자전환을 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손실을 낼 경우에 투자자들로부터 받을 눈총이 우려되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결정이다.

당장의 아픔이 싫어 미루다가 ‘털어내기’ 보다 더 어려운 ‘뼈와 살 깎기’의 고통이 덮칠 수도 있다. ‘털어내기’를 두고 은행들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이다.
 
 이 ‘털어내기’ 여부는 각 은행 경영진과 이사진이 추구하는 전략과 앞으로의 경기 전망에 대한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그 추이를 지켜보는 일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성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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