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죠”
유니티은행이 지난 2월 연방 감독국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행정제재(consent order)에서 풀려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가주은행국(DBO)의 행정제재와 현금거래법(BSA) 제재로부터 벗어났다. 금융위기 이후 심하게 표현하면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듯하던 유니티은행이 재활에 성공,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 셈이다.
어느 주주의 표현을 빌리면 ‘거의 포기할 뻔 했던 목숨’을 되살려낸 주인공은 어찌됐건 최고경영자(CEO)인 최운화(잭 최) 행장이다. 나스닥 상장은행인 윌셔은행 전무로서 ‘큰 꿈’을 기대할 만했던 자리를 박차고 나가 지난 2013년 5년 임기 보장과 함께 난파선같던 유니티은행 사령탑에 앉았던 최 행장은 “지금까지는 감독국 제재 해제만을 바라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오히려 쉬운 면이 있었다”라며 “진짜는 이제부터다. 은행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2009년부터 이어지던 감독국의 제약 속에서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제 독립경영의 틀을 갖춘 만큼 뭔가 해내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한인은행가에서 행장 자리가 빌 때마다 하마평 1순위에 오를 정도로 전문뱅커로서 커뮤니티에서 톱클래스인 그의 실력은 ‘이제부터’ 어떤 결실을 끌어낼 지 본격적으로 지켜볼 만해졌다.
●금융당국의 제재해제
우선 금융감독국 제재부터 시작해 보자. 최 행장이 취임할 당시 유니티 은행의 제 1 목표는 제재해제였다. 감독국에서 유니티은행에 요구한 사항은 무려 20가지가 넘었다. 경영진 보강 등 인프라 강화를 시작으로 자금 유동성을 유지할 것,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고 대출심사를 꼼꼼히 할 것, 부실대출을 줄일것 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모든 일에 감독국 사전승인이 필요하다 보니 인재 영입이나 지점 확대도 어려웠다.
하지막 역설적으로 금융감독국이 요구하는 것만 잘 시행하면 (제재해제가)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최 행장이 오히려 쉬었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 뜻이다. 최 행장은 취임후 말 그대로 금융감독국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체질개선도 이뤄졌다. 모든 것을 깐깐하게 하다보니 순익과 자산은 늘었고 부실대출은 줄었다. 자본금도 많아졌고 직원 개인당 실적도 올라갔다. 금융제재라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감독국에서는 ‘말 잘듣는 학생’에게 상을 주는 데 인색할 이유가 없었다.
●해제 이후 경영전략
정작 최 행장의 고민은 금융제재가 아니었다. 취임 첫날부터 금융제재 이후 은행운영의 판을 어떻게 짤 것인지 고심했다고 한다.
최 행장은 “은행의 트렌드를 보고 그보다 앞서가야 하는데 과연 유니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며 유니티 은행의 미래를 위해 마련했던 비전을 꺼내놓았다.
최 행장은 은행제재를 벗어난 유니티는 이제 그 출발점에서 벗어나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한다. 은행이 성장하려면 안전하고 수익 높은 대출과 이자가 적은 예금을 늘려야 자산을 증식해야 한다. 이는 유니티뿐이 아닌 모든 한인은행들의 공동목표다. 그런데 최 행장은 다른 한인은행들과는 조금은 다른 방법론을 고심하고 있다.
한인은행들이 대출, 예금 그리고 자산을 늘리는 방법은 확장이다. 직원을 늘리고 지점을 늘리고 예금을 늘리고 대출을 늘리고 그리고 자산을 늘려, 상장을 하는 형태다. 쉽게 말하면 오프라인에서의 성장에 촛점이맞춰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 행장은 이런 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트렌드에 있다. 최 행장이 그리는 성장 모델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 있다. 트렌드가 그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주류은행들은 지점을 줄이고 온라인 뱅킹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만을 운영하는 인터넷 은행도 성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온라인을 통해 꼭 은행에 오지 않고도 은행일을 볼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지점은 계속 줄 것이고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받으며 자산을 관리하는 것도 오롯이 온라인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은 오프라인 없는 온라인 뱅크가 은행의 미래라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지금까지 한인은행은 이른바 관성적인 고객으로 유지돼 왔다. 오래전부터 한인은행을 이용하다 보니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이지 반드시 한인은행을 이용해야 돼서가 아니다. 한인은행들은 1세와 1.5세 한인들을 위주로 꾸려지고 있는데 2세, 3세 그리고 4세대에 간다면 이런 관성적 고객은 사라지게 되며 그때쯤이면 은행의 완전 온라인화가 가능한 시점이 될 것이다. 이말은 곧 오프라인 은행이 무의미해짐과 동시에 산개해 있는 각 지점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장기적으로는 유니티 처럼 오프라인의 비중이 낮은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최 행장은 이런 관점에서 빠른 온라인화와 유니티만의 상품 개발에 고민하고 있다. 앨라이가 자동차 대출로, 실리매 뱅크는 학자금대출로 성공했듯, 유니티 뱅크 역시 이런 주종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은행은 완전 온라인화에 이르기 전까지 완충형태로 유지하거나 특별한 고객 서비스만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 행장은 최근 은행권 사이에서 끝없이 들려오고 있는 다른 한인은행과의 합병 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 행장은 “조건이 맞고 은행에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다”라고 말을 꺼내면서도 “현 시점에서 다른 은행과의 합병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라고 세간의 소문을 부인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