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류(韓流)’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정보의 보고 ‘위키피디아’에 나타난 한류의 정의를 보면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포함한 한국과 관련된 것들이 대한민국 이외의 나라에서 인기를 얻는 현상’을 뜻한다고 돼 있다. 한류란 단어는 1990년대들어 대한민국 문화의 영향력이 타국에서 성장함에 따라 자주 쓰이기 시작했고 이후 아시아 전역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면서 점차 널리 퍼져나갔다. 지금은 드라마 뿐 아니라 K-pop, 한식, 영화, 그리고 게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문화 장르를 포함하는 일종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미주 헤럴드경제는 한국언론재단의 기획취재 지원으로 <한류의 현장-글로벌 K파워를 이끈다>를 타이틀로한 특집연재물을 매주 월요일자에 시리즈로 싣는다. 각 분야에서 한류를 보급하는 주역들을 소개하고 한류가 북미 지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한류의 현주소와 방향성은 무엇인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한류의 시작 ‘태권도’ 그리고 ‘문화원’ 사실 북미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 한류의 원조는 태권도다. 지금은 한류를 논할때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엄연히 한류의 시작은 태권도라고 볼 수 있다. 1950년대 부터 시작된 태권도 사범의 미주 진출로 시작돼 한때 일본 공수도의 변형인 ‘코리안 가라테’로 오해되기도 했지만 한국의 급격한 국력신장과 함께 태권도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북미지역에서만 수십만명 이상이 수련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면서 한류의 초석을 닦았다. 북미인들은 태권도장을 통해 한국의 문화, 예의범절, 기본적인 한국어 등을 접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한국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태권도로 다진 한류의 기반은 사실 해외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 중 하나인 LA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을 통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LA한국문화원은 대한민국 정부 소속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세계 각국에 한국의 문화, 예술 그리고 역사 등을 소개하고 현지 문화예술기관 및 예술인들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LA 한국문화원은 1980년 4월에 설립된 이후 35년간 한국전통과 역사 홍보를 위해 다양한 교육 자료를 마련하는 한편 문화 이벤트와 각종행사를 주최, 또는 후원하며 한류 전파에 앞장 서 왔다. 미국 진출 후 한식을 시작으로 영화, 음악(국악), 한복, 전통문화, 그림, K-pop, 드라마,태권도 그리고 영화까지 거의 대부분의 사업을 관장하던 문화원의 역할은 1990년대 말 한국의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변화하게 된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국가재정이 통제되던 시기를 겪은 이후 문화 컨텐츠가 가지는 상업적 가치가 한층 강조된 문화전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 역할이 일부 달라지기에 이르른 것이다. 상업적인 측면은 2000년대 이후 설립된 한국컨텐츠 진흥원이나 영화진흥위원회, 그리고 aT(농수산물유통공사)LA지사 등으로 옮기면서 LA한국문화원은 한국어 교육이나 문화행사 등 보다 본질적인 한국문화 전파에 집중하고 있다.
●세종학당 현재 LA 한국문화원이 진행 중인 한류 사업의 최전방에는 세종학당과 미 대학 한국 영화 특강이 놓여 있다. 지난 1995년 첫 수업을 시작한 세종학당은 한류의 기본 중 기본인 한국어 교육을 위해 시작된 언어교육 과정이다. 초급반에서 고급반까지 9개의 강좌가 진행된다. 한국문화 이해의 기본 요소가 한국어 습득임을 감안할 때 한류의 기본을 담당하는 셈이다.특히 한인이 아닌 타인종의 비율이 80%를 크게 넘고 있어 고무적이다. 수십명으로 시작했던 수강생은 어느새 1천명을 크게 넘어 매번 대기자 명단이 길게 늘어설 만큼 인기가 높다. 강의실도 문화원에 이어 교육원과 협력해 2개의 추가 교실을 확보할 만큼 증가하고 있다. 세종학당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수강생들의 한국어 사랑이 한국 문화 확산 및 관광 등으로 이어진다는데 있다. 지난 2010년 한국어 및 문화 체험 한마당으로 시작된 세종학당 수강생의 한국방문은 얼마전부터는 세종학당 수강생이 직접 자비를 들여 매년 한국여행에 나설 만큼 확대됐다. 이들은 문화원이 구성한 ‘K팝 & 문화 필드 트립’ 등에 참여하는가 하면 국립중앙박물관, 드라마·영화 및 가요 프로그램 촬영 현장, 그리고 경복궁과 민속촌, 한옥마을 등 주요 관광지를 돌며 한국을 익히고 그 한국을 퍼트리고 있다. 세종학당 학생 한명 한명이 한류 전파의 풀뿌리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 한국영화과정 미국내 대학 커리큘럼에 한국 영화 특강 과정을 포함시키는 작업은 LA 한국문화원이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기획 사업이다. 이 사업은 LA 한국문화원의 주도로 남가주 소재 7개 대학에 한국 영화감독·촬영감독을 초청해 한국영화 수업 및 특강을 진행하는 내용이다. 한국의 언론인출신 영화전문가 이 남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오렌지카운티 채프먼대학을 시작으로 조지 루카스 등 수많은 거장을 배출한 USC와 UCLA, UC 샌디에고, UC어바인, 캘스테이트 노스리지 그리고 아메리칸필름 인스티튜드(AFI) 등 7곳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영화 수업·특강을 시작했다. 이 중 채프먼 대학교의 닷지 영화·미디어아트학과는 이번 가을학기부터 ‘한국영화의 오늘’이란 제목으로 정규 과목을 편성했다. 흥행영화들인 ‘괴물’과 ‘연평해전’의 김형구 촬영감독과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을 비롯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을 잇따라 초청해 진행하는 특강도 편성됐다. LA 한국문화원은 이들 7개 대학을 시작으로 미 전역의 대학에 한국 영화 과정을 신설함으로써 한국영화를 홍보하는 한편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진입하는 기반을 닦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문화원의 한류보급 성과 김영산 LA 한국문화원장은 “세종학당 학생이 매년 증가하는 것이나 남가주 일대에서 한식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 LA경찰이나 정치인 등을 상대로 진행한 각종 사업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주류층의 이해도를 높인 것, 그리고 한국 예술 공연 등이 그 횟수가 늘고 지역이 확대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문화 전파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한다. 한미 양국 작가의 콜라보 사업을 적극 지원해 미술, 음악, 공연 그리고 영화 등에서 한미 양국 모두 통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를 양산하는 것을 돕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김 원장은 “세종학당과 LA 한국영화제 등 한국문화행사를 위한 예산이 좀 더 늘었으면 한다”라고 아쉬워했다.세종학당의 경우 예산이 늘어난다면 클래스와 강의실을 늘리고 학생을 분산하며 교사진을 충원해 보다 효과적인 한국어 공부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세종학당의 연간예산은 5만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의 공자학당의 예산에 비하면 그 10%에도 못 미치는 액수라고 한다. 또 한가지 명색이 세계영화산업의 본산이라는 할리우드가 있는 LA에서 번듯한 한국영화제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지적된다. 영국 런던 한국문화원이 주도해 시작했던 런던 한국영화제가 아시아영화제로 발전한 사실은 LA한국문화원으로서는 마냥 부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런던 한국영화제는 매년 그 규모를 키우며 어느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 강우석 감독과 김성수, 송해성, 이재용 감독 윤여정, 설경구, 윤제문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 등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LA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더욱 높고 할리우드에 인접한 만큼 효과적인 프로그래밍과 예산이 뒷받침 된다면 엄청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게 김 원장의 분석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