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일상 속으로] 내 운명은 나의 것

라카냐다에 뒷마당이 넓은 정원집 한곳에서 화장실 리모델링 작업을 한다 . 정오의 시간은 또박또박 찾아와 도시락을 먹으면서 신문을 펼쳤다 .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왜 이렇게 어수선한 지 밥맛이 떨어질까 신문을 덮으려다 원로시인 전달문 선생이 79세로 별세 했다는 기사가 눈에 확 띄었다 .
전달문 선생은 평양 출생이며 1980년 LA로 이민와 한인 문학 활동을 돕는데 앞장서 많은 후배를 지도하신 분이셨다. 25년간 LA에서 문단생활을 하면서 초대 미주문협 회장을 지낸 송상옥 선생을 비롯, 시인 고 원 선생 등 우리 곁을 일찍이거나 늦게나 신체의 약점처럼 많은 문인이 떠나갔다.
무겁고 예리한 어둠이 나 자신에게도 언제 덮칠지 모르는 불안한 느낌이 든다. 죽음에 대하여서는 나도 너가 될 수 있고 너도 나 처럼 될 수 있는 운명이기에 장담할 수없는 한마디로 하늘의 운에 제비 뽑기 처럼 기대어봐야 한다 .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왜 홀로 단신으로 미국에 와서 노가다로 사는 팔자인가 하고 의구심이 들곤했다. 30대에는 별로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40대에 와서는 기독교를 믿으면서도  자연 스럽게 사주 관상 손금 토정비결 책자를 찾아보게 된다 .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가지고 태어나는 기운이 있다 한다. 이 기운이 사주팔자라고 한다. 즉, 태어난 년월일시.여덟 글자이다 .
나는 중학 1년여름방학이 돼 시골집 이웃에 들렀을 때 동네를 떠도는 정신이 나갔는지 어정쩡한 젊은 여자가 나무가지를 흔들며 나를 보고 “너는 계속 혼자 돌아다녀.미국까지 가서 산다. 근데 오래살아. 살기는 잘 살아도 니가 죽어도 니 곁에는 자식이 오지않아. 남의 자식이 니 곁에 있게 돼”라는 생뚱맞은 말을 던져 놀랐었다.
그때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전혀 아무런 생각도 안하던 터라 미친소리라고 넘겨버렸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모든 게 꿰 맞추 듯 그 말이 맞아들어가고 있질 않은가.
법륜 스님께서는 “세상에 일어난 모든 일은 단지 하나의 사건일 뿐 재앙이나 복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복으로 만드느냐, 재앙으로 만드느냐는 자신에게 달렸다”라고 했다.기독교에서는 운명이 팔자소관이 아니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가 하루 1800명정도라 한다. 전세계에서 22 만명이 날마다 생명을 받아 세상에 나온다.
알래스카에서부터 브라질 아마존강 아프리카 미국 등 어디에서 태어나건 한날 한시에 태어난 아이들은 사주팔자에 따라 인생이 다 똑같을까? 살면서 갖게 되는 사주팔자 운수가 보태지는 것이라고 한다. 신이 주어서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면 운수는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운이 달라지는 운을 만나는 것이라 한다. 운수나 명수가 제때, 시기적절하게  만난다면 그에게 행운이요, 그렇지 못하면 불운이 닥치게 된다. 남을 해치거나 살인이나 교통사고가 생기거나 하여 정해진 명수를 지키지 못한다.
본인의 노력 여하에 운수가 이를 변화시켜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다. 팔자를 두려워 하기보다 운명을 거부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최소한 운명에 맞설 것이다.

물 묻은 저녁 축축한 안개 속에서 세상 낮게 엎디어 어느 시간의 흙 속 잘 덮힌  나의 시신은 침묵의 목책 속에 갇혔다 나는 없어질듯 없어지지 않은 생 속에  몸을  섰었네 내 주변 모든 꽃들이 피어 축복해 주고 낙엽 한장 두장 떨어져 덮혀 곧게 서 있는 숲은 무서운 얼굴을 한다 한때 가족이라 했던 헛된 집착으로 솟는 눈물 나를 향해 오는 고통 줄거웠지만 그들의 슬픔은 경미한 것이었다 수 목 장 의 캄 캄 한  밤이여 바람 속에 견고한 입상이여 싱싱한 줄기로 솟아 오를 거다 내 유년의 떨리는 푸르른 넋으로 — 자작시 <수 목 장에 누운 이상태>

베토벤은 귀가 멀었지만 내 팔자라고 주저 앉았다면 제 9 교향곡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헬렌 켈러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힘이없다 .그러나 내 영혼은 하나님을 향해서 창공을 날 것이다”
선택이 나를 줄 것이다. 그것이 옳다하면 삶이다. 우리 인생을 살아가는 데 힘이 없습니까. 아주 능력이 없다고 주저앉을 것인가. 사주 팔자가  그것 밖에 안될까?  한탄 말고  나는 홀로 이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할 수 있다.  죽고사는 숙명론에 매달리지않고 나의 집수리 일과 외로움을 이겨내는 글쓰기에 노력하며 운명을 앞선 선배 문인의 명복을 빌고 묵념하며 바람 타고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최선을 다하면서 살겠다는 다짐으로 다시 망치를 든다.
이상태(핸디맨)이상태/시인.핸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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