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 경쟁 산물 3년만에 신기루로
사막의 신기루 였을까. 새로운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한인 봉제인들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던 라스베가스의 꿈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라스베가스 봉제 업계는 불과 3년만에 명맥을 유지하는 업체가 이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게 됐다. 이주 첫해만에 40개에 육박하던 업체수는 이제 10여개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초기만해도 일손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급격하게 줄어든 일감으로 인해 폐업을 고민하는 업주가 속출하고 있다. 새로운 희망이 가득했던 라스베가스 한인 봉제 생산 기지가 불과 3년만에 왜 이런 모습이 됐을까. 라스베가스 한인 봉제 업계의 현재 모습과 과제에 대해 두 차례로 나눠 살펴 본다.
■ 과당 경쟁의 산물 10여곳에 불과하던 초기 라스베가스 한인 봉제 생산 기지의 모습은 LA에서 어려움을 딛고 이전한 업주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정보 공유도 활발히 하면서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가며 공정 경쟁 체제를 만들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한인 봉제 업주들의 본격적인 이전이 이뤄진 지난해 초 부터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됐다.그 당시만해도 LA지역 한인 의류업체들의 캘리포니아 주 노동청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라스베가스에 일감을 몰아 주던 시기다. 우후 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라스베가스의 봉제 공장들은 공정 경쟁 보다는 이른바 ‘밥그릇 뺏기’싸움이 시작됐다.타 업체에 갈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하게 납품 단가 인하를 알아서 해 줬고 이렇게 받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인근에 타 업체에서 숙련공을 빼가는 폐단이 LA에 이어 다시금 시작됐다. 보통 옷 1벌을 만들때 마다 노동자에게 비용을 계산하는 ‘Piece Work’방식 봉제 업계에서는 보편화 된 임금 지불 방식이었다. 한인 봉제 업계는 숙련된 노동자는 더 벌어갈수 있도록 산정해 업무 능률을 높이는데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이 시기 라스베가스에서는 타 업체 인력을 빼가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주급 방식이 도입됐다.전에 일하던 공장에서 주 평균 50시간 가량 일하면서 400달러 가량을 받았던 노동자를 빼가기 위해 이 보다 20~25%가량 주급을 더 쳐주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일감 확보를 위해 단가는 최소 10% 가량 낮추고 인건비는 25%나 더 주는 기형적인 모습이 1년 가까이 지속 돼 왔다.
■ 거래처 신뢰 잃어 불안정안 구조로 출발한 업체들의 1년을 채 넘기지 못해 문을 닫기 일쑤 였다. 초기 주급 인상이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인력을 확보 했지만 막상 영업 이익이 거의 없다 보니 1~2달만에 노동자들에게 이직 조건을 맞추기 못하는 경우가 생겼고 자연히 인력 이탈로 이어졌다.산더미 처럼 쌓인 납품 의류들은 제 날짜를 맞추지 못하기 일쑤였고 완성된 제품의 품질도 떨어질 수 밖에 없어 결국 반품과 대금 회수 불가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일감이 몰리는 봄철 성수기에는 기존 거래 업체들 뒤로한 채 조금이라도 단가를 더 쳐주는 업체 물량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자연히 LA지역 한인 의류 업체들이 바라보는 라스베가스 봉제 업계에 대한 신뢰를 급격하게 떨어지게 돼 불과 2년여 사이 업체수는 1/3이하로 급감하게 됐다. 물론 신뢰를 지키며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들은 여전히 많다.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경험 부족 또는 무리한 욕심으로 새로운 미국내 생산기지 탄생의 가능성 사라지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