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역전타였다. 유니티 은행 최운화 행장을 비롯한 이사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역전타’라는 야구 표현은 시장에서 처해 있던 상황을 뒤집었다는 반전(反轉)의 뜻을 담고 있다.
유니티은행은 북가주의 커뮤니티은행 유나이티드 비즈니스 뱅크(이하 UBB)에 6천390만달러를 받고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유니티 은행 1주당 4달러씩 계산했다. 현금 60%와 UBB의 지주회사 베이컴(나스닥 심볼:BCML)의 주식 40%를 받는 조건이다.
금융전문매체 ‘아메리칸 뱅커스’는 “유니티은행의 유형자산을 바탕으로 한 장부가격 대비 137.2%를 쳐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지난해말 계약단계에서 무산된 중국계 은행이 제시한 주당 3.75달러 대비 0.25달러를 더 받았으니 잘한 거래라고 했다. 다른 한쪽에선 유니티은행의 비상장 주식이 장외거래에서 계약합의에 이른 지난 7일 기준 주당 3.71달러에 매매됐다는 점을 들어 그다지 좋은 가격을 받은 건 아니라고도 한다. 올해초 유니티은행에 주당 3.75달러씩 계산, 전액 현금으로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US메트로뱅크 측 고위관계자는 “그런 조건이라면 우리에게 파는 편이 낫지 않았겠나”라며 허탈해 했다.
전반적인 한인금융계 반응은 ‘비교적 잘 팔았다’는 쪽이다. 특히 최운화 행장이 2013년 7월 부임할 당시 주가가 1.50달러대였던 것에 비하면 5년여만에 3배 가까이 평가받은 사실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의견들이 많다.
사실 매각가격은 ‘역전타’와 상관없다. 그동안 7개 한인은행 가운데 자산규모 꼴찌에 머무르며 오렌지카운티의 경쟁은행 US메트로에도 뒤져 있던 유니티였다.유니티은행은 2001년 12월 출범, 18년째에 접어든 역사를 가졌다.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팍에 본사를 두고 있던 탓도 있지만 초대 임봉기 행장부터 거쳐간 행장들의 거듭된 경영실책으로 지지부진했다.
지극히 미미한 마케팅과 대출부실, 영업력 저하 등으로 2008년 금융위기 와중에 하마터면 문을 닫을 뻔했다. 1,2대 주주인 오 용(스티브 오) 현 이사장과 현상웅 이사를 중심으로 창립이사들이 대부분인 이사진이 추가 투자를 단행한 덕분에 살아남았다.
3~4년 늦게 창업한 퍼시픽시티뱅크, Cbb뱅크, 오픈뱅크 등이 자산 10억달러를 훌쩍 넘기며 나스닥에 상장되거나 기업공개(IPO)준비를 하고 있지만 자산규모 4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유니티로서는 언감생심, 백년하청이었다. 게다가 최고경영자인 최 행장은 알아주는 ‘보수적 경영의 달인’ 이다.
다른 한인은행들이 해마다 대출신장률 30~100%씩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독야청청 15%대 신장률을 고수하는 안전제일주의 운행을 하는 CEO다. 18년째 투자한 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던 창업 이사들로서는 속 터질 노릇이다. 지난해 말 중국계 은행과 매각계약 직전에 무산되자 오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일제히 최 행장에게 그 책임을 묻는 손가락질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도 기실 그런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2004년에 창업한 UBB는 인도계, 라틴계 커뮤니티 뱅크들을 인수합병하며 자산규모 15억달러로 성장했다. 지난 5월에는 나스닥에 상장도 했다. 이를 지켜본 최 행장과 이사진은 남가주의 한인커뮤니티 영업망이 필요할 것이라는 UBB의 니즈를 간파, 그동안 보수적인 운영으로 견조한 내실을 쌓은 유니티은행의 실적을 들이밀었다. 100여일 가량 이어진 협상은 빠르게 타결됐다.
유니티은행이 외형 키우는데 골몰했다면 UBB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른 중소형 한인 커뮤니티은행을 제치고 유니티를 선택한 사실 자체가 증거다.
내년 상반기에 합병작업이 완료되면 유니티은행의 간판은 사라지고 UBB가 한인사회에 등장한다. 하지만 최 행장과 유니티은행의 60여 임직원은 4억달러도 안되는 자산규모로 위축돼 있던 대출시장에서 순식간에 18억달러 규모의 은행이름을 앞세워 신바람 영업을 하게 됐다. 한인은행 7개 중 자산규모 일약 3위-. 어깨에 힘줘도 될 일이다. 황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