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노동당 코빈, ‘멍청한 여자’ 막말논란…영국의회 혼란 심화

총리 불신임안 비판에 ‘중얼’…“멍청한 사람들” 해명

[사진=AP연합뉴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던 중 “멍청한 여자”(Stupid Woman)라고 중얼거린 모습이 확인돼 ‘막말 논란’이 일고 있다. 브렉시트 문제로 골치 아픈 영국 의회에는 혼란만 더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이날 하원에서 총리와 질의응답하던 중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는데, 보수당 의원들은 여기서 “코빈 대표가 메이 총리에게 ‘멍청한 여자’라고 했다”며 반발했다.

이는 코빈 대표가 최근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표결 연기, 총리 불신임 동의안 제출 등으로 마찰을 빚는 과정에서 나왔다. 메이 총리는 이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팬터마임(대사 없이 몸짓으로 하는 연기)이 한창인 시기다. 코빈 대표는 불신임 투표를 상정할 것인가”라며 “노동당 의원은 물론 나라도 당신에게 감명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코빈 대표가 정부 불신임안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총리 불신임안을 내놓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멍청한 여자’ 발언으로 소란이 일자 “여성 구성원을 언급할 때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라”고 일갈했다.

코빈 대표는 논란 이후 “어떤 형태로든 성 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언어의 사용을 반대한다”며 “멍청한 여자라고 하지 않고, 멍청한 사람들(Stupid People)이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BBC는 청각 장애가 있는 타악기 연주자의 분석을 토대로 코빈 대표의 입모양이 ‘멍청한 여자’를 발음했다고 전했다.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 미국 배우 롭 로우도 당시 영상을 보고 트위터에 “코빈 대표가 정확히 ‘여자’라고 말했다고 본다”고 썼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녹화장면을 검토한 뒤 “코빈 대표가 ‘멍청한 여자’라고 말한 것처럼 보이기 쉽다”면서도 “입술 움직임을 해석하는 전문가를 포함해 (그가 그렇게 말했다는) 100% 확신을 얻진 못했다”고 했다. 보수당 의원들은 코빈 대표의 해명을 믿지 않으며,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드리아 리드섬 보수당 원내대표는 “국가와 하원은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코빈 대표가 사과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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