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도 안심 못한다…수도권까지 상륙한 청약 한파

‘판교 엘포레’ 결국 미분양

1년 전 완판한 ‘일산자이’도 후속단지 참패

“청약도 계속 승승장구할 수 없다”

[사진=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견본주택]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히는 수도권 아파트 분양 시장도 조금씩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청약 자격과 대출 규제가 깐깐한 데다 주택을 구매하려는 심리 자체가 전반적으로 식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 대장지구에 짓는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일반적인 분양 절차를 최근 모두 마쳤지만 전체물량 836가구 가운데 상당 비율이 미분양돼 선착순 분양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는 정당 당첨자만으로 계약을 모두 채우지 못할 것을 우려해 예비당첨자를 정당 당첨자의 80%나 뒀지만 꽤 많은 물량이 미계약 잔여가구로 남았다. 아울러 지난 19일 견본주택에서 잔여가구 분양도 추가로 진행했지만 완판에 실패했다. 잔여가구 분양은 별다른 청약 제한이 없고 청약통장도 필요치 않아 유주택 투자자들이나 부동산 업자들이 많이 몰림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한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엘포레를 구성하는 3개 단지) 각각에 대해 중복 청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복 당첨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에 경쟁률(평균 3.1대 1)이 높지 않아 미분양은 예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 분양을 한 대장지구의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와 ‘판교 더샵 포레스트’는 현재 정당 계약까지만 진행한 상태로 계약률은 각각 70% 중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예비 당첨자가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기 완판에는 지장이 없고 대체로 ‘선방’했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다만 ‘미니 판교’라 불린 대장지구의 마수걸이 단지인데다, 엘포레보다 분양가가 3.3㎡ 당 300만원 가까이 저렴하고, 수요층이 가장 두터운 전용면적 84㎡로 물량이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어했다’는 수준 이상의 열기는 아닌 셈이다.

수도권 다른 지역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일산 식사지구에 분양한 ‘일산자이3차’도 19일 잔여가구 분양까지 마쳤지만 상당한 물량이 미분양됐다. 1년 전 분양했던 ‘일산자이2차’가 계약을 시작한 지 나흘만에 완판됐던 것과는 딴판이다. ‘일산자이 3차’ 아파트의 경우 경쟁률은 2.62대 1이지만 경쟁률 이면의 현장 분위기는 이와 달리 차가웠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약 자격 규제로 유망한 지역의 청약 시장이 무주택자 위주로 재편된 데다, 대출 규제로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또 전체적인 주택 시장의 매수 심리가 하강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청약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며 “분양가가 현재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해 ‘로또’처럼 보일지라도 나중 가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조금씩 자라나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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