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울의 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신학기 수요가 몰리는 1, 2월에도 1층 전세는 잘 안 나갔는데요. 지금은 전세 물건도 없고 다른 지역으로 갈 만한 곳도 별로 없다보니, 층수도 보지 않고 곧바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단지 근방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하반기 재건축 이주수요가 서초구에 몰리면서 동작구 등 인근 지역까지 연쇄적으로 전세가격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신규 공급 물량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전반적인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총 2120 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이주에 나선다. 서울시의 이주 일정 조정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이주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설계 변경과 인근 학교의 요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소유권 문제 등으로 일정이 계속 미뤄지다가 이번에 확정된 것이다.
인근 신반포13차(180가구)는 오는 29일부터 3개월 동안 이주에 들어가고, 서초동 신동아아파트(893가구) 역시 8월 또는 9월 중으로 이주가 본격 시작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에만 이 지역에서 3100여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약 30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신반포4지구(구 한신4지구)도 내년 3월께 이주가 예상되고 있다. 당초 올해 하반기가 유력했지만 사업지 내 유치원 폐원 문제와 서울시 인허가 지연 등의 이유로 일정이 변경됐다.
이 같은 이주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서초 지역 전세시장도 요동치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 6월 셋째주 서초 전세가격 변동률이 상승(0.04%)으로 돌아선 이후 4주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 동작구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가격도 7월 첫째주(0.01%)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주수요 증가가 전세 가격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초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입주가 시작됐지만 인근 미성크로바(1350가구)와 진주아파트(1507가구) 등이 이주하면서 전셋값 하락을 방어한 바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서초구 입주물량은 856가구에 불과하다”면서 “동작구까지 외연을 넓혀도 롯데캐슬 골든포레(959가구) 외 특별한 공급요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주수요 증가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