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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오르는 게 꼭 좋은 일이 아닐 수 있어요…”
노동절 연휴 휴가를 보낸 한인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씨티그룹이 정치권의 공세에 백기를 들면서 최저 임금 15달러 시대에 동참했다. 은행들의 최저 임금은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 JP 모건 체이스는 지난해 최저 임금을 지점에 따라 18달러까지 올렸다. 웰스파고도 올초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렸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후년까지 최저임금을 20달러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한인은행들의 경우 한미은행을 필두로 이미 오래 전 최저임금 15달러 시대에 합류했고 매년 각 지점이 위치한 주와 시정부의 정책에 따라 유동적으로 최저 임금을 인상할 예정이다.
최저 임금 인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다. 물가 및 집값 상승률이 임금 인상폭을 크게 넘어서는 상황에서 최저 임금 인상이란 정상적 생황을 영위하기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최저 임금 인상이 모든 은행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은행에서 최저 임금 인상의 실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일반 텔러 등 일부 직군에 국한된다. 론 오피서나 크레딧, 언더라이팅 등 기타 분야는 입사부터 현 최저임금 보다 높은 봉급을 받고 시간이 지날 수록 승진과 보너스 등으로 수표에 적인 월급액수가 더욱 많아진다.
최저임금 인상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려면 최저 임금 대상자가 더욱 늘어나거나 이들이 승진을 통해 업무 성과에 따라 더 큰 보상을 받는 다른 포지션으로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텔러에서 론 오피서나 크레딧 오피서 등으로 이동하는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현 은행의 트렌드 역시 최저 임금 인상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은행들이 경비절감을 내세워 감원 혹은 신규 채용 축소를 검토하고, 나아가 각종 첨단 기기 및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무인화 시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원 및 신규 채용 축소의 경우 당장 지출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며 기술 강화는 선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시스템만 갖추고 나면 이를 통한 지속적 경비절감 및 효율성 강화가 가능하다.
실제로. 한인은행만 봐도 업계 1~3위인 뱅크오브호프, 한미 그리고 퍼시픽시티(이하 PCB)는 최근 직원수가 줄었다.
뱅크오브 호프의 직원수는 지난 2분기 현재 1457명으로 전년동기 1504명 대비 감소했고 한미은행의 직원수도 623명으로 지난해 2분기 661명보다 줄었다. 퍼시픽 시티뱅크도 248명으로 1분기 보다 직원수가 4명 줄었다.
모 한인은행의 HR 부서 담당자는 “신규 지점이 생기면 직원이 늘겠지만 현재는 지점 통폐합 등을 통한 효율성 개선 작업이 우선이어서 전체적으로는 직원이 줄어들 것”이라며 “지점을 늘리고 있는 타 한인은행들도 예전보다는 지점 의 규모와 직원수를 줄이는 추세여서 큰 폭의 고용 창출을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들 역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고 있다.대형 은행 HSBC, 씨티, 도이체 방크 그리고 바클레이스 등은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을 감원했다.
A한인은행의 IT 부서 관계자는 ” ATM과 같은 단순 업무는 물론 필요에 따라 비디오 원격 상담 등을 통해 모기지, 재무 설계, 환전 그리고 재정관리 등 기존 지점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컨시어지’ 시스템이 늦어도 10년안에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대다수의 지점이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것으로 현재 근무하는 직원 대다수가 기기 및 기술로 대체 가능하다는 뜻 “이라며 “기술 발달로 은행 방문 없이 웹사이트와 앱을 이용해 대부분의 은행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은행들의 투자는 사람이 아닌 기술 인프라 강화에 몰리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최저 임금 인상 때문에 시작됐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기술 발달이 빠르게 진행될 수록 상대적으로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는 최저임금 대상자들이 우선적으로 대체될 것이다”며 “어쩌면 IT나 일부 고위 관리직만 제외하면 은행의 모든 직원이 결국 인공지능에 밀려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