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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50살입니다. 어느새..”
은행의 정문에서 오가는 손님들을 맞는 한 기계의 말이다.
노동절이던 지난 2일 이른바 ATM(automated teller machine)으로 불리는 ‘현금자동인출기’가 50번째 생일(미국 기준)을 맞았다.
현대의 ATM은 지난 1939년 뉴욕 소재 시티오브 뱅크의 한 지점에 발명가 루터 조지 심지안이 만든 기계식 현금 자동 입금기가 그 원형이다. 혁신적인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이용이 저조해 곧 철거됐던 이 기기는 28년 후인 1967년 영국 바클레이 은행의 한 지점에 존 셰퍼드-배런이 고안한 세계 최초의 현금 자동 입출기로 다시 태어났고 미국의 1호 ATM은 1969년 롱 아일랜드 락빌에 위치한 케미컬 뱅크에 설치됐다.
은행 직원의 도움 없이 간단한 신원확인 만으로 입출금이 가능한 이 기기는 곧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려 퍼져나갔고 곧 은행, 쇼핑센터, 공항, 식품점, 주유소, 그리고 레스토랑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마그네틱 선에 담긴 정보를 해석해 사용하는 시스템은 1970년 시티 내서널 뱅크&트러스트가 처음 도입했다. 카드를 기계에 넣고 비번을 넣어 사용하는 시스템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은행간 전산망이 연결돼 타 은행의 ATM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1982년부터다. 미국의 34개 은행은 고객 편의를 위해 시스템을 연동했고 고객들을 무료 혹은 일정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타 은행의 ATM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디파짓 슬립 없이 ATM 기계에 바로 수표나 현금을 다량 입금하는 시스템은 체이스 은행이 지난 2009년 도입했다. 이로써 고객들은 30장의 수표와 50장의 지폐를 바로 입금할 수 있게 됐다.
ATM이 상용화되면서 시스템도 한층 업그레이드돼 이제는 간단한 입출금은 물론 공납금 납부나, 송금 , 환전 그리고 대출 및 예금 상품 신청 등 은행 텔러 업무의 약 70% 이상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이제는 카드 없이도 스마트폰이나 지문, 홍채 등을 인식해 ATM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화폐나 수표가 아닌 비트코인을 처리하거나 전기가 아닌 태양열을 이용하는 ATM, 박스안에 에어컨디셔닝 기능을 갖춘 ATM 그리고 해군이나 현대식 크루즈 선 위에 ATM이 설치되어 움직이는 ATM도 도입됐다.
‘고객이 ATM기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LCD화면의 비디오를 통해 원격으로 은행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브랜치 트랜스포메이션 솔루션(BTS)’의 도 상당 부분 정착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 ATM도 어느새 ‘현금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면서 이제는 ATM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뱅킹의 급속한 발달로 은행의 지점이 통폐합되면서 지점 내에 있거나 외부에 설치돼 있던 ATM 기기의 효율성도 크게 감소했다. 실제 미국과 한국의 경우 ATM의 수가 매년(전년대비 기준) 약 4% 이상 줄어드는 추세다.
수익성도 문제다. 한인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ATM 한 대당 소요되는 연간 관리비(임대료와 유지·보수 포함)은 약 1만 5000~2만달러에 달하는데 실제 ATM으로 인한 수익은 1만달러를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기기당 매년 수천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ATM으로 벌어들이는 수수료로는 사실 운영비도 잘 안 나온다. 때문에 점포 밖에 설치되는 ATM은 줄이거나 효율성이 높은 첨단 기기로 대체하는 추세”라며 “ATM기에서 카드 복제기가 발견되는 등 보안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트렌드의 변화도 ATM의 효용성이 줄어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모바일·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방식의 자금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자동화기기의 사용 비중도 감소세다.
실제 한국이나 미국의 경우 어느새 인터넷 뱅킹 사용 비율이 40% 이상으로 38% 선인 ATM 사용 비율을 넘어섰다. 특히 세계 각국이 환경보호와 비용 지출 감소를 위해 ‘현금 없는 사회’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ATM의 사용 빈도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ATM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ATM에 익숙한 중장년층 그리고 현금 거래에 의존하는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들에게는 여전히 ATM이 유용할 뿐 아니라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주거래 은행을 선택할 때 지점과 ATM의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