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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유례없는 장기 호황에도 가계 저축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과잉소비’ 경제다. 소비가 미 전체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아껴 모으기 보다는 소비로 전체 경제가 돌아가는 구조다. 정부의 소비가 저축보다 많은 과잉소비 경제(만성적 무역적자)로, 달러 기축통화국이 된 것도, 미국인의 39%가 비상금 400달러 조차 없는 것도 다 이런 소비 풍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들어 미국의 가계저축률이 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이하 WSJ)의 집계 결과 미국의 가계 저축율(세후 수령액 대비 저축액 비중)은 지난 연말 8.8%를 시작으로 1월에서 6월까지 8.0~8.8%사이를 오갔고 7월에도 7.7%를 기록했다. 이는 9.1%를 나타냈던 지난 2012년 이래 최고치다.2011년의 경우 기업이 오바마 행정부의 소득세율 인상에 앞서 배당금과 보너스 지급액을 당겨 지급하며 소득이 상승했다고 하지만 올해의 경우 이런 부스터 요소가 없다.
연방상무부 집계를 봐도 올 1~7월까지의 가꼐 저축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7%에 달해 미국의 가꼐 소비 증가율(5.2%)나 기업 투자 증가율(7.8%)를 2배 이상 웃돌고 있다.
이러한 저축율 상승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저축율은 경기 순환 사이클과 대조를 보이게 마련이다. 경기 호황기에는 소비가 늘고 저축율을 낮아지게 되는데 현재 미국은 유례없는 최장기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이런 외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소비 보다는 저축이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갑자기 저축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저축 증가의 원인을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효과 혹은 경제 구조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저축 증가를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감세정책에서 찾는 학자들은 감세로 가계의 실직 소득이 늘면서 이 여유분이 저축 계좌에 흘러갔다고 분석한다. 실제 미국의 저축율이 감세 정책을 발표한 2018년 1월 이후 갑자기 1%나 치솟은 것도 감세 효과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감세 효과 보다는 경제 구조를 저축 증가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감세로 인해 증가한 세후 순소득이 총소득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축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구조 변화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세대들이 쓰기 보다는 장래 위기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쪽으로 사고를 전환했다”며 “특히 저축할 여력이 있는 부자들일 수록 더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 현재 저축율 상승분의 약 3/4이 소득 상위 10%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저축이 늘어도 그 저축을 활용하는 자본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며 이자율과 물가상승이 경제성장을 억제해 수요부진에 빠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소비 감소에 따라 무역이 줄며 수출과 수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