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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칠 데가 많은 집 있나요?”
한인 부동산 브로커 N씨는 얼마 전 사무실을 찾은 한 고객의 요구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N씨의 사무실을 찾은 이 고객은 대뜸 오렌지카운티의 특정 학군을 언급하며 좋은 집이 아니라 오랫동안 리스팅에 남아 있는 집, 특히 이 중에서도 손 볼 곳이 많아 고객들이 꺼리는 집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엉뚱한 고객의 요구에 당황했던 N씨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 고객의 요구 사항이 꽤나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N씨의 새 고객이 된 한인 A 씨는 평소 손재주가 좋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간단한 제품 수리는 물론, 페인트, 배관, 전기, 그리고 자동차 수리까지 척척 해내다 보니 별명도 다름아닌 ‘맥가이버(유명 미국 TV 쇼의 주인공, 탁월한 손재주를 가진 대표적 캐릭터)’로 불리고 있었다.
A씨는 부족한 매물에 웃돈을 쓰기 보다는 본인이 직접 고칠 수 있는 집을 찾아 돈을 아끼는 전략을 택했고 N 씨와 함께 몇 주간 발 품을 판 끝에 노년을 고향에 돌아가 보내기로 결정한 노부부의 집을 구매하게 됐다.
이 노부부의 집은 여러모로 A씨의 요구조건을 충족했다. 벗겨진 페인트, 오래된 배관과 전선, 60년대를 연상시키는 구조와 관리가 부족한 마당 인접한 도로로 인한 소음….그렇지만 학군은 좋았다.
A씨는 브로커 N씨 그리고 전문 인스펙터와 함께 집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우려와 달리 집의 내구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공사만 거치면 충분히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A씨는 결국 이 집을 인근에 위치한 유사 주택에 비해 무려 25%나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고 장기간의 셀프 리노베이션 끝에 얼마 전 입주를 마쳤다.
수리를 마친 집을 둘러 본 브로커 N씨는 A씨의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려했던 소음은 3중 창을 설치해 해결했고 지붕을 고치며 태양광도 얹어 전기세를 아꼈다. 마당은 곳곳에 묘목과 풀을 심어 깔끔하게 정리했고 산뜻한 페인트로 외관을 꾸민 것과 동시에 전기 패널을 교체하며 오래된 파이프 등은 구리로 바꿨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바닥과 화장실 곳곳을 손봐 마치 새 모델 하우스를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재 구매 비용을 넌지시 물어보니 대부분 온라인 검색으로 찾은 재고 물품이거나 이베이나 아마존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예상 보다 훨씬 저렴했다.
N씨는 “로케이션이 좋다고 해도 손 볼 곳이 눈에 띠게 많은 집들은 유사 리스팅에 비해 20% 이상 가격이 낮게 형성되며 바이어도 찾기 힘들다. A씨가 구매한 주택의 경우 노부부가 장기간 거주하며 상대적으로 관리가 부족했고 도로와 인접한 탓에 소음도 심해 오랜 시간 리스팅에 올라 있었지만 거래가 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A씨 처럼 본인의 손재주에 자신이 있다면 이런 집을 고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최종 비용을 따져보니 유사 주택을 구매한 고객보다 최소 35% 이상 절약했다. 여기에 최종 거래가격이 재산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정말 탁월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A 씨와 같이 특별한 손재주가 없더라도 자세히 알아보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집을 원하는 수준으로 고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입주 기간에 쫓기지 않는 고객이라면 한번 쯤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도 자가가 아닌 렌트 비율이 유독 높은 지역에 위치한 집도 거래 가격이 타 지역의 유사 주택에 비해 약 10~15%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학군과 구매가격이 현재 집 상태보다 중요한 고객들은 이를 참조하면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