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들이 앱(App)기능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인은행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각자 앱을 개발, 런칭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능성에서는 개선해야할 점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
앱 사용자들의 지적 사항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세련되지 못하거나 사용자환경(UI)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화면 디자인, 대형 은행의 앱에 비해 부족한 기능, 잦은 버그, 프리즈(멈춤 현상), 버퍼링, 그리고 늦은 문제 대처 등을 꼽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LA 한인타운에서 일하는데 차라리 시간을 내 직접 지점을 방문하지 앱을 사용하게 되지 않는다”라며 “한인은행의 경우 앱이 다른 주류 대형은행처럼 큰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냥 다른 은행이 만들었으니 우리도 만들었다는 정도의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인은행 앱의 평점과 리뷰를 찾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평점과 리뷰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다. 은행별로는 PCB만이 긍적적 평가를 받을 뿐 타 은행의 평점은 박하기 짝이 없다.
한인은행의 IT부서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솔직히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체이스 등 대형은행과 같이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라며 “개발 및 관리 비용도 대형 은행과 격차가 크고 이를 관리할 인원도 부족하다. 말하기도 조심스럽지만 특히 해킹 위험에 관해서는 대형 은행에 비해 위험이 적을 뿐 허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형 은행들이 앱 기능 강화 차원을 뛰어넘어 은행 업무의 대체수단까지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데 있다.
특히 HSBC의 경우 비즈니스 뱅킹을 아예 앱 베이스로 운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며 최근 이를 위한 서비스 ‘프로젝트 아이스버그’ 의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올 연말 영국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 아이스버그는 앱을 통한 간단한 조작만으로 비즈니스 계좌 관리, 자금 흐름 관리, 대출 신청, 소비성향 분석 등 수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HSBC 측은 뱅킹과 IT 전문가 수백 명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실시할 계획이며 각 국가의 고객을 배려한 맞춤 서비스와 언어 지원 그리고 개인 계좌와 연결한 다양한 인센티브 등도 계획 중이다.
HSBC 외에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시티 그리고 JP 모건 체이스 등도 청장년층을 겨냥한 온라인 뱅킹을 강화하는 동시에 스몰비즈니스 및 기업에 특화된 앱 베이스 시스템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한인은행들의 주된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주요 고객층의 이탈이다. 한인 이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이제는 그 중심도 1세대에서 1.5세나 2세 그리고 3세로 옮겨가고 있다. 1.5~3세들은 1세대에 비해 한인이라는 정체성이 약하고 언어 장벽도 없다.
당연히 한인은행이라는 정서적 유대보다는 본인의 편의에 따라 은행을 손쉽게 옮기게 된다.HSBC 은행 관계자는 “앱 기능이 크게 강화돼 은행 업무의 대부분을 대체하게 되면 지점 운영비가 감소할 뿐 아니라 고객 당 투입되는 연 관리비도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게 된다”라며 “현재 2020년을 기점으로 하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경비 절감을 위한 IT기능 강화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주 한인커뮤니티가 타 인종에 비해 유독 스몰비즈니스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것을 고려하면 주류 은행들이 앱 기능을 강화하면 한인은행들의 고객들이 대규모로 이탈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인은행은 한 간부는 “모바일 뱅킹 사용자가 증가하며 이들의 요구사항도 날로 늘고 있어 당장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더라도 앱을 포함한 다양한 IT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든 한인 은행들이 동감하고 있다”라며 “현재 관련 부서 고용을 늘리고 기능 강화도 연구하는 만큼 점차적으로 모바일 사용 편의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