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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행가에 레그테크(RegTech)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레그테크(RegTech)란 규제를 뜻하는 레귤레이션(regulation)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다.
금융데이터의 폭발적인 누적,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의 혁신적 발달에 따라 글로벌 금융서비스가 점차 지능화·자동화되면서 이와 관련한 규제 또한 날로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자금세탁 방지규정(BSA)과 BSA에 근거해 각 금융기관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행해야 하는 규정인 AML컴플라이언스 관리 시스템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늘리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레그테크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레그테크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규제와 관련한 대응을 자동화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실수가 불가피하고 업무량에 한계가 있는 ‘사람’보다 각종 규제 및 법규에 효율,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츄어는 금융기관의 BSA 및 AML 비용이 당기 순이익의 5% 이상을 차지하며 해마다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는데 이에 걸맞게 글로벌 금융 기관들은 레그테크 관련 투자 비용을 2018년 180억 달러에서 2023년에 1150억 달러까지 6배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은행들도 지난 한해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과 더불어 BSA및 AML관리 위반 등에 따른 행정제재로 골머리를 앓았다.
한인은행들은 그간 외적 성장에 지나치게 매진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BSA위반 및 AML 컴플라이언스 관리 시스템에 대한 인프라 보강이 부족했고 결국 이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2017년 6월 신한뱅크 아메리카가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법과 관련한 제재(Consent Order)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한국계 은행들은 줄줄이 제재조치를 받았다. NH농협은행은 2017년 12월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자금세탁을 막을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받아 1100만 달러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었다. 퍼시픽시티 뱅크(이하 PCB)도 지난해 5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가주비즈니스감독국(DBO)으로부터 강력한 행정제재(컨센트 오더·Consent Order)를 받았고 뱅크오브 호프와 Cbb또한 컨센트 오더 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MOU 제재조치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BSA 관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한인 금융기관 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4월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가 미 금융당국과 벌금 13억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자회사인 하이포은행이 이란 선적회사에 미국 금융거래 제재 회피용으로 불법 자금이 오가는 통로를 열어줬다는 혐의 때문이었다.영국계 대형 은행인 스탠다드차터드(SC) 또한 이란 석유회사 등 거래 제재 대상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벌금 11억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은 북한 리비아 이란 등 제재대상과 거래한 혐의로 5억달러에 달하는 제재를 받아야 했다. 글로벌 금융기관 전체로는 지난 한해 동안에만 미국 자금세탁방지 규정 위반으로 30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제재조치를 받고 있는 한 한인은행의 간부는 “최근 미국 법무부(DOJ)가 기업 준법 감시 프로그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로 이와 연관된 애국법(송금 규제 포함)과 형사처벌 규정이 담긴 자금세탁 관련법(MLCA), ‘미국의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해외부패방지법(FCPA)까지 각종 파생 규제가 적지 않아 올해도 BSA 및 AML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강화는 한인은행들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며 “한인은행들도 BSA 및 AML 시스템 관련 제재를 보다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레그테크 도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인은행이 레그테크를 도입했을 때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어떨까.
레그테크를 적극 도입하면 △ 컴플라이언스 관리 자동화 △금융보안 보고서 자동 작성 △ 규제 검색·알림 △금융보안 업무지원 등의 업무효율화로 그간 높은 연봉을 들여 영입해 온 외부 인사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어 은행 규모에 따라 연간 최소 수십만~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그테크 도입에 따른 리스크 강화, 리스크에 대한 사전 예측 그리고 불법행위 감지 기능이 강화되면 위반 시 부과될 수 있는 막대한 제재와 벌금 회피가 가능하고 이에 따라 운영 효율성과 건전성도 개선될 수 있다. 빅 데이터를 통해 당국의 대응방향에 대한 분석이 강화되는 것도 효과적인 경영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송금(개인 및 기업 모두 포함) 사례를 들어보자. 한인은행은 이 송금과 관련해 ‘고객확인’ 및 ‘워치 리스트 필터링(WLF)’ 기술을 탑재한 레그테크를 이용할 수 있다. 한인은행이 레그테크를 통해 WLF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이용하면 송금인 및 수신인이 자금세탁 등 불법 거래의 블랙리스트에 등록됐는 지 여부를 바로 파악해 자금세탁과 관련한 합법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글로벌 은행 HSBC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전문기업 아야스디(Ayasdi)와 협업을 통해 최근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 관련 건수를 20%나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웰스파고와 같이 레그테크 기술로 AML 시스템 적용 전후의 변화를 미리 평가할 수도 있다.
잠재적인 금융사기 역시 레그테크로 방지할 수 있다. 레그테크를 통해 문자나 음성메시지 그리고 이메일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금융사기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발생 즉시 차단할 수 있고 고객의 실제 거주 위치나 지출 성향 등을 파악해 의심되는 금융거래도 막을 수 있다. 최한승 기자
<용어설명>
* BSA- 미국이 제정한 주요 자금세탁 관리법이다. 미국내 자금출처, 거래량 , 자금 이동 식별을 위한 기록 유지, 보고 요구사항 명시 그리고 2001년 도입된 미국 애국법에 근거한 자금세탁 민형사 처벌 강화 법 등을 포함하고 있다.
* AML 컴플라이언스- BSA에 근거해 각 금융기관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행해야 하는 규정, 준법감시인을 지정하고 내부 정책 통제 등을 서면으로 명시한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고객 실사 및 거래 기록을 작성하고 유지해야 하며 고액 현금 의심거래 보고서 제출도 의무화 된다.
*FCPA- 미 정부가 지정한 해외부패방지법,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 제공을 처벌하고 뇌물 거래시 발생하는 자금세탁 행위를 기소할 수 있다.
*미법무부(DOJ) 가이드라인- 금융사가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을 갖췄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나아가 프로그램의 내용과 실제 시행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