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가 영국 미국 ‘미친 집값’ 원인…주택공급 늘려야”

영국 이코노미스트 집값급등 원인 분석 2차 세계대전 후 각국 정부 3대 실패  

세제혜택 등으로 ‘집은 사는 것’ 인식 확산    “뉴욕·샌프란·산호세 규제 완화시 미국 GDP 4%↑”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미국 등 영미권도 한국처럼 ‘미친 집값’으로 신음 중이다. 세대갈등·계층간 불평등 심화를 가속화하는 사회·경제문제의 뿌리로 지목된다. 해당국 정부가 추진한 정책 실패·주택소유에 집착하는 세태가 공범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양질의 일자리가 몰린 대도시에 ‘살만한 집’이 부족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허울 뿐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푸는 등 주택공급을 늘리는 게 주요 해법의 하나로 제시됐다.

영국 유력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서구의 최대 경제정책 실수, 주택소유’라는 특집기사에서 정책 실패가 집값 급등을 야기했다고 집중조명했다.

2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1분기 165다. 2001년 같은 기간에 견줘 65% 급등했다. 초저금리 영향으로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의 집값은 작년 한해동안 30% 이상 치솟기도 했다. 이 잡지는 영미의 부자나라도 저금리를 등에 업은 주택구입 러시가 ‘국가적 운동경기’가 됐다고 썼다.

‘집에 대한 집착’은 2차 세계대전 후 주택소유를 권장하는 정부 정책에 기인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이른바 정부의 ‘3대 실패’로 요약된다.

우선 보조금·세금혜택을 줘 ‘집은 빌리는 게 아닌 사는 것’이란 인식을 확산시켰다. 정치권도 좌·우파가리지 않고 부의 축적·재분배를 명분 삼아 지원했다.

주택공급(인·허가)을 막아놓은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이코노미스트 추산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은 1960년에만 1만3000가구 건설허가를 내줬는데, 1990년대를 통틀어선 2만1000가구를 승인하는 데 그쳤다. 주택건설의 장애물인 각종 규제장벽도 정부의 실패로 꼽혔다.

<사진:pexels>

결과는 치명적이다. 경제활력을 저해하고 금융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세대갈등이다. 국가 지원으로 집을 갖게 된 베이비부머들은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해 신규 주택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집 구하기에 애를 먹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본주의가 그들을 좌절시킨다는 생각을 품기에 이르렀다.

위기의 돌파구로써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향을 이코노미스트는 제시했다. 도시계획·주택정책상 규제를 완화해 대도시에 거주하려는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잡지는 “미국에서 주택에 들어가는 총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1%를 빨아들이는데,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산호세에만 완화한 규정을 적용하면 미국 GDP는 4%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일본도 2000년대 초·중반 개발 관련 규제를 풀어 주택건설 비율이 이전 대비 30% 상승했다고 한다. 이에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최근 집값은 2000년 대비 9% 떨어졌다. 영국 런던의 집값이 같은 기간 144% 오른 것과 대비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은 수 십 년간 그린벨트를 신성시했는데, 주택부족 해소를 위해 규제 완화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이밖에 장기적 집값 안정책으로 주택금융 규제 개선·신규 교통망 확충 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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