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갑길 신임 국기원 이사장이 개혁과 변화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
아시아에서 기원한 무도종목으로는 유도와 함께 유이하게 올림픽 정식종목 태권도의 총본산.
‘한국의 국기’ 태권도와, 세계태권도의 본부라 일컬어지는 국기원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무도로서의 우수함에도 스포츠로서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으로 올림픽 잔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72년 역삼동에 터를 잡은 지 48년이 된 국기원은 '태권도의 메카'역할을 하기엔 너무도 낡고 초라했다. 승부조작으로 불미스런 일도 종종 있었고, 수뇌부가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국기원은 지금도 원장과 사무총장이 공석인 상태다. 현재 손천택 이사가 원장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며, 지난 3월 선출된 전갑길(63) 이사장이 위기의 국기원을 이끌고 있다. 과연 한국태권도와 국기원은 어떤 청사진을 갖고 변화와 개혁을 실시할 것인지, 전 신임 이사장을 만나봤다.
전 이사장은 지난 3월 열린 ‘2020년도 제5차 임시이사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됐고, 4월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그는 광주광역시 시의원 3선, 제16대 국회의원,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10월부터 국기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지금 국기원의 이미지는 세계 태권도의 본부라는 위상에 못미친다. 어려운 때 직을 맡아 책임감이 무겁다. 대대적인 혁신과 개혁을 통해 초창기 명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집행부 공백으로 어려움이 큰 상황에 대해 “업무파악을 하는 중인데, 잘못된 과거와 단절해야하고, 이번 주부터 TF를 가동해 인사 등 필요한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기원의 고유권한인 심사기능과 해외지도자 파견 등에서도 잡음이 적지 않았다. 전 이사장은 “외국의 경우 중국도 그랬고, 단증 심사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국기원이 모두 관장할 수는 없겠지만, 신뢰할 만한 심사시스템은 만들어줘야한다. 해외에 많은 지도자가 파견돼 있지만 아직 화상회의 같은 걸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는게 아쉽다”고 말했다.
국기원의 재정, 이전문제 등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털어놨다. “수십년간 수익사업과 단증심사 등으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해놓았을 걸로 예상했는데 실상은 아니었다. 다양한 국내 및 해외보급사업을 위해 재원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협소하고 낡은 국기원 이전문제는 “무주태권도원으로의 이주 얘기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외 귀빈들의 방문코스이자 태권도의 역사를 소개하는 곳이기 때문에 수도권에 있는게 맞다. 현재 몇몇 지자체와 협의가 진행중이라 임기중 착공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포츠로서의 태권도에 대해서는 “국기원의 업무는 무도중심이 70, 스포츠분야 30 정도로 본다. 전자호구 도입에도 경기가 재미없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최근 1대1 격투게임 방식을 시험한 결과 경기도 박진감있고 반응도 좋았다”며 인기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보였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한국태권도와 국기원이 어떤 변화와 개혁의 길을 걷게될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