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마법의 채권투자를 아시나요…RP의 비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3월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공포심리로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차입으로 투자원금을 불렸던 전략들의 담보가치도 급락하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증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차입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게 바로 채권 레버리지(지렛대) 투자방법이다. 일명 ‘레포(REPO 또는 RP, 환매조건부채권) 펀드’라 불린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사들이는 조건 하에 금리가 높은 채권을 담보로 단기 자금을 조달해 원금을 불리는 전략이다. 금융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큰 위험 없이 짭잘한 수익을 낼 수 있어 ‘마법의 채권투자’로도 불린다.

▶채권이율의 ‘시간차 기술’=투자 구조는 이렇다. 일단 펀드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한다. 일정 수준 자금이 모이면 크레딧 시장에서 발행이 잦고 거래가 활발한 단기(1년 이하) 금융채나 기업어음(CP) 등의 신용물을 매입한다. 채권대차시장에서 이 신용물을 담보로 국공채를 빌린다. 다시 RP 시장으로 가서 이 국공채를 담보로 현금을 조달하고, 이를 다시 크레딧 시장에서 다른 신용물을 매수해 차익을 발생시킴으로써 수익을 낸다. RP 시장에서 국공채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걸 RP 매도라 하고, 상대방이 국공채 담보로 자금을 제공해주는 걸 RP 매입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레포펀드로 100억원의 자금을 모아 금리 2% 만기 3개월 짜리 금융채 300억원어치를 산다고 해보자. 원금으론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로 200억원의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한다.

이에 100억원어치 금융채를 크레딧 시장에서 매입, 이를 담보로 채권대차 시장에서 국공채를 빌린다. 다시 이를 담보로 RP 시장에서 200억원을 차입한다. 또 다시 이 200억원으로 금융채를 사고 이것을 국채로 바꿔서 RP매도하는 등의 과정을 반복한다.

RP금리는 초단기 이자로 낮기 때문에 1%대 이자를 낸다 해도 3개월 후 금융채 금리인 2%와의 차이만큼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100억원의 원금으로 300억원을 투자한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대신 RP거래는 무한 반복할 수 없고 헤어컷이라 불리는 담보채권의 가치와 조달금액의 차이의 역수만큼만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가령 헤어컷이 5%(1/20)라면 20배까지 RP거래가 가능하다. RP거래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주로 금리 하락기에나 기준금리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을 때 수익률이 양호하다.

▶헤지펀드의 ‘최애’ 전략…더 이상 기관의 전유물 아니다= 레포펀드는 손실 위험도가 높은 헤지펀드 중 비교적 투자처가 안정적인 편이다.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1년 이하 단기 투자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상당히 작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현재 국내 헤지펀드의 투자 전략 중 레포 투자가 2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략별 수익률을 보면 올 현재 레포 투자가 0.2%로 전체 전략 중 유일한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 매수와 공매도를 병행하는 롱쇼트 전략은 -15.6%로 최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2%의 마이너스 수익을 거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일평균 잔액 기준 RP 거래(기관간) 규모는 103조원으로 2년새 28조원이나 늘었다. RP 거래의 익일물비중은 90%를 넘는다.

▶7월부터 RP거래 자산기준 강화=레포펀드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최소 1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제한 요소다. 또 오는 7월부터는 RP매도자가 보유해야 하는 현금성 자산으로 증권금융회사 예수금, 은행·증권사·증권금융회사 발행 어음(수시물) 등이 추가된다.

이는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RP 시장의 효율성·안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다. RP 거래가 주로 익일물 위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적절한 유동성 관리를 통해 충격에 대비하도록 일정 비율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RP 매도자는 차입 규모의 최대 20%를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는데, 만기에 따라 익일물(개방형 거래 포함)은 20%, 기일물은 2∼3일이 10%, 4∼6일이 5%, 7일 이상이 0%다. 차입비율이 줄어들수록 기대수익도 낮아지게 된다.

단 올해 3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3개 분기 동안에는 보유 비율을 최대 10%로 적용한다. 시장참가자들의 적응을 위해서다. 현금성 자산 보유 비율은 매월 직전 3개월의 월별 RP 매도 평균 잔액 중 최고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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