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산회 선포 이후 박수치고 있다. [연합] |
20대 국회가 결국 ‘반(反) 기업’ 국회로 막을 내렸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계가 요구해온 각종 규제개혁 법안은 외면받았다. 반면 국내 IT 기업의 족쇄를 채우거나, 노동 관련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규제 강화 법안들은 대거 통과됐다.
지난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 20대 국회는 경제계가 요구한 경제입법 중 공인인증서 폐지를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막판 처리를 호소했던 11개 법안 중 10개는 결국 다음 국회로 미뤘다. 원격진료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연구개발 조세 감면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에서 요구해 왔던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도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기업 규제 법안들이 대폭 늘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이날 처리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감시와 신고 의무를 강화한 이 법은, 정작 법안 발의의 배경인 텔레그램 같은 외국계 사업자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게만 의무와 처벌을 부과하는 역차별 법이 된 것이다.
정부 규제개혁포털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시작된 2016년 5월30일부터 이날까지 발의된 규제관련 법안은 의원 발의만 3923개, 여기에 담긴 규제조항은 7277개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가 직접 발의한 규제 법안도 2000개를 훌쩍 넘는다.
문제는 규제 중심의 국회가 21대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여당은 전자서명투표 및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자사주를 통한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방지 등 기업 경영 규제 법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20대 국회에서 이뤄진 일감 몰아주기 규제나 기업 지배구조 개편안 등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반면 경제계가 원하는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선 등의 입법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국회의 규제 법안과 관련한 검증 및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열린 국회 한 세미나에서 입법조사처는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고, 입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입법영향분석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정 법률이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입법 전·후에 체계적으로 예측하고 분석·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