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간 산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2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서울 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고용 유지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으로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 만큼, 정부의 일자리 지키기 요청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주요 그룹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반기 미뤄졌던 공채를 재개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기간산업 CEO 일자리 지키기 당부에 적극 공감=이날 간담회에 초청된 주요 기간 산업 기업의 CEO들은 정부의 일자리 지키기 호소에 공감을 표하고, 고용을 최대한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항공·해운·기계·자동차·조선·정유·석유화학·철강·섬유 등 9개 업종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 업종은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이면서, 동시에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기업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각 업종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주력 산업 보호와 일자리 지키기에 대한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천명하고, 일자리 지키기에 기업의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차 3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위기 심각해지고 있어, 업종과 대기업, 중소기업과 노사 간 협력이 절실하다” 라며 “산업생태계 전체를 지킨다는 비상한 각오로 일자리를 지키고 우리 산업과 경제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업들이 일자리 지키기 의지를 분명히 한 데는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기도 하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공개하고 내달부터 자금 지원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과 해운업 등은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항공, 해운 등 대상업종 내에서 총차입금이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가 300인 이상 기업 중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지원된다. 일자리를 화두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백순석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사장, 정태순 한국선주협회장(장금상선 회장), 배재훈 HMM 사장,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회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 오원석 코리아에프티 회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이수근 대선조선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류승호 이수화학 사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민은기 성광 사장 등이 참석했다.
▶주요 그룹 하반기 공채 재개…일자리 창출 동참=정부의 일자리 지키기 당부에 삼성과 현대차그룹, SK, LG, 한화 등 주요 대기업들은 미뤄졌던 공채를 재개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 방어에 적극 나선다.
삼성은 현재 국내에서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과 계열사들은 지난달까지 입사 지원서를 받았고, 이달 말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이 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상·하반기 공채 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통상 한해 1만여명을 뽑아왔다. 올해는 채용 규모가 예년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2018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3년간 총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여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상의에서 만나 “기업의 본분은 고용창출과 혁신, 투자인데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 창출이다”면서 “2년 전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닫혔던 취업문을 열었다. 현대차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채용을 지난 3월 화상면접을 도입하면서 재개했다. 현대차는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 관련 분야의 채용을 더욱 늘릴 방침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수시채용 체제라 연간 채용 규모를 정해놓지는 않지만 예년 수준 이상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5500명 안팎을 신규 채용했다.
SK그룹도 상반기 공채 일정이 미뤄지기는 했지만 예년 수준의 고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한화그룹도 계열사별 아직 규모와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상반기 코로나19로 연기됐던 공채를 하반기에 실시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2020년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하고 있다. 모집하는 그룹사는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 등 4개사다. 하반기에도 채용에 나선다. 이어 LG그룹에서는 LG전자가 코로나19 안전성과 대내외적인 경영 불확실성으로 인해 하반기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도 하반기에 상황을 고려해 채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