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사태 미주 각지 한인사회 피해 잇따라…“트럭으로 약탈”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들도 잇따라 약탈 피해를 당하고 있다. 사진은 약탈 당한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뉴스24팀]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미주 한인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치안력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곳곳의 한인 상점에 약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미 최대 한인타운이 형성된 로스앤젤레스(LA)에는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이 한인타운 방어에 들어가면서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지만, 다른 지역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인 점포들이 약탈·방화 피해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미국의 대도시들로 불똥이 확산하는 흐름이다.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교민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50개 안팎의 현지 한인 점포가 항의 시위대의 약탈 공격을 받았다. 대략 30곳의 뷰티 서플라이(미용용품) 상점을 비롯해 휴대전화 점포, 약국 등이다.

◇필라델피아 한인상가 3~400만달러 상당 물건 털려…”약탈행위 빤히 바라 볼 뿐” 업주 한숨

한인 6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LA나 40여만명의 뉴욕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필라델피아에도 7만명가량의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상규 펜실베이니아 뷰티 서플라이 협회장은 “한인 뷰티 서플라이 점포가 100개 정도이니 30%가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인 상대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상권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필라델피아의 흑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이나 백인·히스패닉 인종을 가릴 것 없이 폭력적인 약탈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시위가 격화했다가 펜실베이니아주 방위군이 배치되면서 폭력 수위는 다소 진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방위군이 다운타운에 집중 배치되다 보니, 도심권에서 떨어진 한인 상권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운타운은 펜실베이니아주 병력이 나서면서 약간은 자제가 된 것 같은데 한인 커뮤니티는 지금도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고 우려했다.현지 경찰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인 소유의 한 대형 상가는 4~5시간 동안 모두 털렸지만, 경찰은 수차례 신고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총 300만~400만 달러 상당의 물건들로, 약탈범들은 길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박스째 물건을 실어갔다는 것이다.

나 협회장은 “자정뿐만 아니라 새벽 2~3시에도 6~10명씩 몰려다니면서 털고 있는데, 심야 통행 금지는 있으나 마나”라며 “우리는 그저 앉아서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한인 의류매장, 한식당 등도 피해

시카고에서도 한인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지역매체인 CBS 시카고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에서 약탈 피해를 당한 김학동씨의 사연을 전했다.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저녁 김씨는 자신의 상점에 있었지만, 무력하게 약탈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제발 그만하고 이곳에서 나가 달라고 했고, 그들도 처음에는 이해하는 듯했다”면서 “하지만 시위대가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20~30명이 몰려와서 약탈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시위를 이해한다. 그렇지만 왜 작은 점포를 부수는가. 왜 점포에 들어와서 물건들을 털어가는가”라며 “이건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딸 하나 씨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약탈자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들고 가는 것을 보는 것뿐이었다”라고 허탈해했다.1980년대 시카고에 이민한 김씨는 고생 끝에, 9년 전 ‘시티 패션’이라는 가게를 열었다.김씨 가족의 다른 가게도 약탈을 당했지만 피해는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다운타운의 한인 음식점도 주말 저녁 시위로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아직 한인피해 보고없어…맨해튼 등 시위현장 인근 ‘불안’

뉴욕의 한인사회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한인타운이 있는 맨해튼 32번가 주변이나 퀸스 플러싱·베이사이드 등이 집중적인 시위 현장과는 다소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표정이다.아직 한인 업체의 약탈 피해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브롱스크를 비롯해 흑인 상대 비즈니스가 많은 지역에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애틀랜타 한인타운서 7일 대규모 시위 예정 …한인들 ‘긴장 속 대비’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사우스및 노스 캐롤라이나, 앨라바마 등 한인 20여만명이 밀집한 동남부 지역에서도 시위에 따른 한인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현지 한인단체들이 비상연락망을 정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지 인터넷매체 ‘애틀랜타K’에 따르면 한인타운이 있는 애틀랜타 둘루스 지역에서 오는 7일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어 긴장 속에 대비하고 있다,

동남부식품업협회 김종훈 회장은 “둘루스를 관할하는 귀넷 카운티 정부와 경찰에 한인비즈니스 보호를 위해 협조요청을 하고 한인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 온라인 앱을 통해 디지털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7일에는 가급적 휴업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비번 경찰들을 섭외, 경비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LA한인타운의 한 상가내 가게가 합판으로 덧대 시위에 따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LA한인타운의 한 상가내 가게가 합판으로 덧대 시위에 따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사진=LA한인회 제공>

◇ LA 한인타운 주방위군 투입 효과 별다른 피해없어…만일의 사태 대비 영업 시간 단축

다행히 LA 한인타운에는 한인회와 한인경제단체협의 등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주 방위군이 투입된 상태다.주 방위군 병력은 1일 오후 코리아타운 중심가인 올림픽대로에 위치한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를 비롯, 3∼4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계에 들어가 있다.주로 통금시간(저녁 6시~다음날 오전 6시)에 배치돼 한인타운을 경계하고 있다. 주 방위군은 항의 시위 사태가 끝날 때까지 LA 경찰과 함께 한인타운에 주둔하면서 지난 1992년 ‘LA 폭동 사태’의 재연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LA지역 한인업주들은 매장 외벽을 합판으로 덧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가하면 식당 등은 점심장사만 하고 하루 영업을 마치는 모습이다.LA 지역 한인은행들은 당초 영업종료시간인 오후 5시보다 3~4시간 앞당겨 문을 닫는 등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업무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