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의 위기는 거래량만 봐도 알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의 올해 상반기(1~6월 셋째 주) 집계 결과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 건수와 거래 금액은 전년 대비 약 30% 감소했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역시 지역별로 거래량과 금액이 30~40% 가량 줄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부동산의 수익성이 줄면서 거래 자체가 줄고 거래 금액 역시 감소한 것이다.
◇LA 카운티 지역 오피스 임대율 60~70% 그쳐:올해 2분기 LA 카운티의 오피스(사무실) 임대율은 지역별로 60~70%선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브로커들은 “오피스의 경우 최소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택근무 비율에 따라 그 수요가 크게 줄었고 쇼핑몰과 백화점은 온라인 몰과의 경쟁력을 잃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각 지역의 조닝에 따라 상당수의 상업용 부동산들이 주상복합 혹은 대형 아파트 컴플렉스 등으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건물주들이 앞다투어 스퀘어 피트 당 임대료를 기존 5달러 선에서 3달러 후반대로 인하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공실률을 끌어내리기에는 부족하다. 은행 등 그나마 사정이 나은 업체들이 밀집한 건물의 공실률이 10% 초반 대를 유지하며 선방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들 역시 오피스 규모 축소 및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어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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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아파트까지 수익성 감소: 리테일과 쇼핑몰의 사정도 오피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올해 초 포에버 21을 인수하며 화제가 됐던 미국 최대 소매 부동산 투자 신탁업체 사이먼프로퍼티스도 지난달 10일 경쟁업체인 타우브만 인수 계획을 취소했다. 사이먼프로퍼티스는 지난 2월 경쟁사인 타우브만을 36억달러에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3월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것에 더해 자금 유통이 어려워 졌고 결국 인수합병 자체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다세대주택(아파트)도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렌트비는 내려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다.
렌트비가 높기로 악명 높은 뉴욕 맨해튼의 경우 아파트 공실률이 3.67%로 아직은 위험 수준이 아니라지만 공실률 상승폭은 전년동기 대비 85%에 달하며 지난 1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실률이 오르는 동안 렌트비는 내렸다. 맨해튼 지역의 6월 1베드룸 렌트비 중간값은 3379달러로 전월 대비 4.7% 내렸다. 평균값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가족 단위 세입자가 선호하는 3베드룸의 렌트비는 전년동기 대비 42% 나 떨어졌다. 맨해튼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브룩클린과 퀸즈 일대 아파트(주택)역시 공실률 상승폭이 각각 57%와 41%를 나타냈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공실률이 오르면서 임대료는 내리는 추세다.
줌퍼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지역 원 베드룸 아파트의 렌트비는 11.8%나 내리며 5월(9%)에 비해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이들 두 대도시 지역의 공실률이 급증하고 렌트비가 내린 것은 코로나 19확산에 따라 정착화된 재택근무 때문이다. 직장에 매일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직원 상당수가 낮은 렌트비를 찾아 타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주택 임대 수요가 급감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연계 금융상품도 타격: 이와 같은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는 이와 연계된 금융상품에도 옮겨 붙었다.
금융기관이 오피스, 호텔 그리고 기타 상가 등을 부동산 담보로 잡아 자금을 대출하는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의 연체율은 지난 5월 1.46%에서 6월 3.59%포인트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 16년래 상승폭 기준 최대치다.신용평가 기관 피치 등도 “올해 3분기 말 미국 전체 CMBS의 연체율이 8.25~8.75%까지 상승할 것이다”며 시장 악화를 전망하고 있다. 연체율이 가장 심각한 분야는 호텔로 지난 5월 2.00%에서 6월 11.49%로 다섯 배 이상 올랐다.
쇼핑몰 등을 포함한 리테일도 동기간 3.82%에서 7.86%로 상승했다. 코로나 19사태에 따라 오프라인의 온라인화가 강제되면서 다수의 업체가 파산하면서연체율이 급증한 탓이다. 주상복합의 연체율도 0.95%에서 4.17%로 뛰어올랐고 사무실도 1.39%가 1.92%까지 올랐다.
그나마 산업용과 다세대주택(아파트)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산업용은 0.28%가 0.67%로, 다가구는 0.41%가 0.59%로 각각 올랐지만 기타 분야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낮다.
한편 신용평가 기관 피치 등은 올해 3분기 말 미국 전체 CMBS의 연체율이 8.25~8.75%까지 상승,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