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피해자 바라보는 패러다임 변해 용기내 말 하면 많은 도움 손길 기다려”

“ ‘성착취’ 라는 단어가 이제 법에도 들어갔죠.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는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겁니다.”

이른바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 조력인이었던 신진희(49·사법연수원 40기)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는 20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n번방 방지법’ 이라고 불리는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 얘기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는 용어는 이제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바뀌었다. 유통 채널을 규제하고 처벌 수위도 올라갔다.

“암암리에 성행했던 것이 범죄로 규정돼 처벌된 것이 가장 큰 발전이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의 인식, 성착취 사건이라는 개념 등이 전에 비해 강화된 제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특별수사팀은 ‘박사’ 조주빈을 비롯한 38명의 조직원이 총 74명의 청소년 및 성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방대한 분량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으로 이번 사건을 규정했다. 조직폭력 사건에나 적용되던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신 변호사는 최대 27명의 피해자들을 수사 단계에서부터 재판까지 돕고 있다. 이중 미성년 피해자도 10여명에 달했다. “학교밖 청소년 등 여러 사정으로 자립해야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이 이걸 노린 거죠. ‘고액알바’ 라고 아이들을 유혹하고, 신분증 사진을 요구하고, 얼굴 사진을 요구하고, 신체 사진을 단계 별로 요구했어요. 이런 실태가 있다는 게 고발되고, 이제는 안된다고 명확하게 선이 그어진거에요.”

피해자들을 처음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수사기관의 ‘무지’였다. “성착취 사건은 전국 경찰서에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협박을 견디지 못해 신고를 했어도, 경찰에선 ‘자기가 스스로 보낸 것 아니냐’고 했어요. 자발적으로 보낸 것이 무슨 범죄냐며 수사의 필요성을 알지를 못했죠. 미성년 피해자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용기를 내어 경찰서를 두드려도, 텔레그램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못잡는다는 말에 많이 좌절했어요. 그런데 이제 다 잡았고, 과거 미제사건까지 재수사하고 있어요.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말씀해주신 덕분이죠.”

신 변호사는 박사 일당에게 실형이 선고 된다고해서 ‘일망타진’ 이라는 말을 쓸 수는 없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 대량으로 영상을 다운 받은 사람이 나타나 유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신상정보가 공개된 건 한 8명 정도에 불과하죠. 그런데 범죄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건 자기들이 공개되는 겁니다. 유료회원이건 누구건 유포하는 사람은 엄단한다, 바로 처벌한다, 공개되는 영상은 바로 AI가 인식해서 삭제한다. 이제는 이런 믿음을 피해자들에게 줄 때입니다.”

신 변호사는 피해자들을 향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다. “피해자께서 말씀을 안 해주시면 돕지 못합니다.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상담사는 상담사대로 정말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폭력상담소 전화번호 1366. 여기에 전화 한번만 하시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 주세요.” 김진원 기자·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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