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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코로나 19 사태로 미뤄왔던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3월 이후 급격히 확산된 코로나 19에 따라 그간 계획했던 구조조정을 미뤄왔다. 경기침체 속에 직원들을 내보낸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이다. 하지만 코로나 19 재확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 지연 그리고 이에 따른 급격한 수익 감소 등이 이어지자 결국 칼을 빼든 것이다.
미 대형 은행 중 가장 먼저 구조조정 시작한 곳은 웰스파고다. 웰스파고는 이달 초부터 지난 3월 이후 미뤄왔던 구조조정을 소리소문 없이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년래 처음으로 분기 순 손실을 기록하며 비용 감축에 나선 웰스파고는 일부 지점 폐쇄 및 인력 축소, 외부 벤더에 대한 지출 감소 그리고 일부 고위 간부 퇴직 등을 통해 전반적인 운영비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또 당분간 신규 및 대체 인력 고용을 줄이고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직원에 퇴직금과 재취업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구조조정의 규모는 내년까지 적게는 1000여명 많게는 2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진다.
JP모건과 시티 그리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온라인 뱅킹 강화에 따라 오프라인 지점의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판단 하에 영업실적이 부진한 지점 위주로 올 연말부터 감원 통보를 할 것으로 전해진다. 감원 규모는 웰스파고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인은행 중에서는 뱅크오브호프가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 7월 약 60명, 전체 정규직원 1472명의 4%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60명 해고는 시작에 불과하며 내년까지 추가로 40~50명, 많게는 100명 정도의 감원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하며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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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인은행들도 다음달 말부터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상황이 상황인 만큼 소수의 인원을 순차적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해고 규모는 은행별로 다르지만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30~40여명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구조조정 대상은 주로 어느 부서에 몰려 있을까? 은행권에서는 SBA, 상업용 부동산 그리고 일반 텔러 부서를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특히 지점장 이하 중간계층 직원들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이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디지털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고 이에 따른 인력 재조정 그리고 재택 근무 일상화에 따른 근무방식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행원들 사이에서는 ‘줄서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경기침체 당시 한인은행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당시 한인은행권에서는 전체 약 5%에 달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그 때의 구조조정 대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적보다는 은행 간부 및 이사와의 라인이 중요했다.
은행을 떠난 직원 중 상당수가 업무 능력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바른말을 잘하거나 특정 간부 및 이사에게 찍힌 사람들이 많았던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도 핵심간부나 이사들과 친밀한 라인에 속한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구조조정 위험에 시달리는 일부 부서와 달리 IT, 컴플라이언스, 예금, 언더라이팅, 그리고 산업용 대출 등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자리로 보인다.
한인 은행의 한 관계자는 “업무 특수성이 강한 부서일수록 라인과 관계 없이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라며 “간부와 친분이 있더라도 업무 중요성이 떨어지고 인공지능 및 기타 행원들로 대체가 쉽다고 판단되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