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 있는 랜초파크골프장의 모습. [LA시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미국에서도 공공주택 건설에 골프장을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현실화가 난망하다. 인근 주민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 건축가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 있는 18홀짜리 랜초팍 골프장을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으로 바꾸자고 제안해 관심을 받고 있다. LA 도심 노숙자는 올해 6월 기준 4만1290명이다. LA카운티까지 계산하면 6만명을 넘는다. 작년보다 13~16% 늘었다.
랜초팍 골프장 부지 200에이커(약 0.8㎢·24만4800여평)에 5만명 가량이 거주할 주택 1만5000가구를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하철 노선 연장 공사가 끝나면 골프장까지 도보 이동이 가능해져 입지면에서도 괜찮다는 주장이다.
제안을 낸 대니얼 던햄 건축가는 “LA엔 19개의 시립 골프장이 있다”며 “인구가 집중된 도시지역에서 땅을 그렇게 많이 쓰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LA 외곽 20마일까지 범위를 넓히면 LA권엔 골프장이 87개다. 골프장당 평균 120에이커의 땅을 차지하는 걸 감안하면 LA권에만 1만에이커가 골프를 치기 위한 용도다.
노숙자용 주택을 일반 부지에 지으려면 지역사회에서 범죄가 늘어난다며 반대하고, 건설비용도 비싸 골프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거다.
마침 미국 내 골프 인기가 시들해졌다. 미국골프재단에 따르면 골프를 치는 인구가 2002~2016년 1000만명 가량 줄었다. 2017년에만 문을 닫은 골프장이 200개가 넘었다. 용도 전용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골프장 내 주택건설안도 강한 반발에 맞딱드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덴버·캔자스시티·뉴저지·펜실베이니아 등 곳곳에서 골프장에 주택을 지으려 했지만, 교통량 증가 가능성 등을 들어 인근 주민이 반대한 것이다. 골프장이 없어지는 데 대한 불만도 있다.
LA의 랜초팍 골프장도 비슷한 처지에 놓일 거라는 전망이다. 이 골프장을 찾는 한 골퍼는 “노숙자 문제는 LA시에 큰 짐이란 걸 알지만, 랜초팍에 집을 짓게 되면 개인적으로 크게 실망할 것”이라며 “골프장이 사라지는 건 중요한 지역사회 자산을 없애는 것”이라며 제안이 통과하지 않을 걸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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