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농협銀…뉴욕 부동산 투자 ‘속앓이’

국민은행(左), 하나은행(中), 농협은행(右)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2년전 프랑스 나티시스(Natixis) 은행을 통해 미국 뉴욕 부동산 20타임스스퀘어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와 기관투자자들의 피해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손실위험을 부담하는 중순위나 후순위 투자는 물론 위험이 없을 것으로 여겼던 선순위 대출에서도 원금 훼손이 발생하면서다. 나티시스는 최근 키움 재간접펀드에서 문제가 된 H2O자산운용의 모기업이기도 하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은 2년 전 ‘20 타임스 스퀘어’ 건물에 총 1억달러(현재 기준 약 1160억원)를 신디케이트론 형태의 선순위 대출을 제공했다. 당시 선순위 대출 채권은 연 4% 대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금리에 연동돼 높은 안전성이 각광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뉴욕 맨하튼 한 복판에 상업시설, 메리어트에디션호텔,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지하2층~지상 42층 대규모 건물이 지어지는 만큼 국내 기관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사업의 총 대출규모는 1조5000억원이 넘었는데, 국내 기관들이 투입한 자금만 5000억원을 넘길 정도였다.

당시 시행사인 메이필드 디벨롭먼트는 A노트·B노트, 중순위 메자닌1·메자닌2, 후순위 메자닌 등 5개의 트렌치로 나눠 론(Loan) 투자를 유치했다. 당초 나티시스은행이 투자자였으나, 이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시중은행들은 5개 트렌치 중 가장 안전하게 분류된 A노트에 투자했다. B노트에는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중순위 메자닌에는 NH투자증권, 롯데손해보험, 신한캐피탈 외에도 각종 상호금융조합 자금도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3월경 시행사가 예정된 공사비보다 더 자금을 썼고, 이 과정에서 준공 지연, 계좌 잔액 유지비율 등을 맞추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이어 EOD가 확정됐고, 이후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시행사 측에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순위 대출인만큼 EOD 사유와 별개로 이자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 메리어트에디션 철수 소식까지 겹치면서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당초 철수를 결정했던 메리어트가 건물 내 잔류키로 결정하면서 최악은 면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어트는 일부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은행들은 장기 소송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충당금까지 쌓았다. 선순위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이 정도니, 중·후순위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 금융사는 해당 딜을 주도했던 인물이 자리를 옮기면서 현황 파악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소송이 2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리테일 점포들이 추가 철수해 이렇다할 회수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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