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발굴 Vs. 고인 존중…첫 내부진입 놓고 시끄러운 타이타닉

2004년 발굴된 타이타닉호 탑승객의 신발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비운의 운명을 지닌채 침몰한 타이타닉호가 108년이 지나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은 침몰 후 첫 내부진입을 놓고 과거 유산을 발굴해야 한다는 측과 유해 훼손을 우려하며 고인이 편히 쉬도록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은 지난 5월 버지니아주 연방판사가 탐사업체의 타이타닉호 진입을 허가하면서 촉발됐다. 타이타닉호 독점 발굴, 소유권을 가진 RMST는 선체에 설치된 ‘무선 마르코니 전신기(Marconi Telegraph)’를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전신기는 상태가 온전해 정상 작동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무선기는 타이타닉호가 조난신호를 보낼 때 쓰인 것으로, 구명보트로 탈출한 700명의 목숨을 살리는데 쓰였다.

하지만 타이타닉호 보존을 주장해온 단체와 유족들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며 대치해왔다. 이들은 전신기 회수 과정에서 부식된 지분을 절단하는 등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유족의 뜻에 섰다.

정부 측 변호인은 지난 6월 유산 발굴 사업이 미 연방법은 물론 영국과의 협약에 위배될 수 있다고 법적 이의를 제기했다. 미 정부는 협약에 타이타닉호의 선체와 유물 그리고 유해가 훼손되지 않도록 진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해가 여전히 타이타닉호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부 진입을 반대하는 이유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폴 존스턴 해양사 큐레이터는 “1500명이 침몰로 사망했다”면서 “일부 유해가 조류가 없는 깊은 곳에 묻혀 있지 않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4년 발굴된 타이타닉호 탑승객의 신발 [AP]

반면 RMST는 정부가 과학이 아닌 여론에 등 떠밀려 결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회사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데이비드 갤로 해양학자는 “뼈는 바닷물 화학작용으로 이미 용해됐을 것이고 살은 해양생물들이 다 먹어치웠을 것”이라며 유해가 이미 수십년 전 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의 수중자원센터장은 데이비드 콘린은 타이타닉호보다 오래 전 난파된 배에서도 탑승객의 유해가 나온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우 깊은 곳의 차갑고 산소가 부족한 물은 훌륭한 방부제”라며 “만약 타이타닉호에 유해가 없다면 과학적으로 놀랄 일”이라고 반박했다.

AP통신은 실제 1864년 침몰한 남부 연합의 배에서 8명의 선원 유해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1912년 영국을 떠나 뉴욕으로 향하던 타이타닉호는 빙하와 충돌 후 북대서양에 가라앉았다. 침몰한 타이타닉호는 1985년 발견됐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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