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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자고, 버틸 돈이 있다고 보는 것이 웃기지 않아요? 땅 파면 돈이 나오나, 무슨 지주 때려잡는 공산당도 아니고. 열심히 일해서 노후대비한 건데 누구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인지….정부는 누가 더 세수에 기여하는지 생각을 좀 해봐야 해요”
최근 세입자 강제 퇴거 규정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법안이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상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한인 건물주 K씨의 푸념이다.
데이빗 치우 주 하원의원(민주·샌프란시스코)이 제안한 새 법안은 현재 실행되고 있는 퇴거 금지법(AB 3088)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AB 3088은 ▲코로나 19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렌트비를 밀린 세입자를 강제로 퇴거 시킬 수 없고, ▲세입자가 9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렌트비의 25%만 지불해도 퇴거 조치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법안은 퇴거 유예 조치를 2021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도록 하고 있다. 새 법안이 통과되려면 주 의회에서 2/3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치우 의원은 “현재 법안으로는 내년 1월 31일 이후에는 밀린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는 테넌트들에게 막대한 부채를 안겨 주는 것”이라며 “퇴거 유예 연장 조치는 코로나19가 급격히 재확산되는 가운데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대규모 퇴거 사태가 발생하면 코로나19 확산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새 법안에는 건물주 지원 방안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소형 건물주는 물론이고 대형 투자 업체들 역시 상당 금액의 대출을 끼고 있다. 건물주들은 매월 들어오는 렌트비로 모기지와 재산세 등 세금을 납부하고 관리비를 비롯한 예비금액을 마련한다. 렌트비가 들어오지 않으면 건물주들 또한 수입원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의 페이먼트 유예 및 퇴거 금지 조치만 활발히 논의될 뿐 건물주들의 피해를 보전하고 지원하는 방법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부동산 경제학자들도 “건물주에 대한 재정지원 없이 퇴거유예만 연장하면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고 결국 건물이 차압된다. 건물이 차압되면 각 지방정부의 세수가 급감하고 주민들의 생활 안정성도 떨어진다. 지나치게 세입자 지원에 편중된 정책은 위험하다”라고 지적한다.
캘리포니아 아파트소유주협회는 “퇴거 유예 조치를 연장하기 전에 건물주들을 위한 주정부 재정지원이 필수”라며 새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한편 연방준비 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약 25만 가구 이상이 렌트비를 연체할 것이며 이로 인한 평균 부채도 가구당 평균 7000달러, 총 17억달러 이상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