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11년만에 기본급 동결 잠정합의

기아차 노사는 전날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16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동결을 포함한 2020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라인 모습. [기아차 제공]

기아자동차 노사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만에 기본급 동결에 잠정합의했다. 전기차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노사 합의가 절실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기아차 노사는 전날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16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동결을 포함한 2020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22일 밝혔다.

임단협 상견례가 열린 지난 8월 27일 이후 약 4개월만이다. 기아차가 기본급을 동결한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29일 진행될 예정이다.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최종 타결된다. 16차에 걸친 마라톤 협상 결과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데다 핵심쟁점이 모두 타결을 이룬 만큼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준영 대표이사 부사장과 최종태 노조 지부장 등 노사 대표들은 최근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임단협 교섭마저 해를 넘길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모델 CV가 출시되는 등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만큼 노사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 외에도 ▷성과금 150%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50만원 지급 등을 포함했다.

가장 치열한 쟁점이었던 잔업 복원과 관련, 노사는 잔업 시간을 30분에서 25분으로 줄여 합의했다. 기아차는 지난 2017년 통상임금 판결 이후 통상임금과 연동해 수당을 줘야 하는 30분 잔업을 폐지했다. 노조는 올해 들어 현대차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잔업을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잔업 복원이 실질적인 임금인상 요구라며 맞섰다.

기아차는 “이번 교섭에서 생산능력 만회를 통한 임금 보전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실제 잔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방향, 작업시간 추가 확보 및 생산 안정화 방안 등 구체적 실행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베테랑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정년퇴직자가 퇴직 후에도 회사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노사는 미래 친환경차 계획과 고용 안정에 대한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재직중인 종업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미래차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이후 미래차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고 있는 생산 라인을 전기차 전용 혹은 혼용 생산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향후 논의키로 했다.

아울러 코로나 19로 인한 자동차산업 위기를 극복하고 협력사 동반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사 네트워크 강화 ▷상생결제 시스템 ▷투명구매 실천 센터 등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또한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확산 방지에 공동 대응하고, 예방 및 방역 활동 강화를 통해 종업원 건강권 확보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임단협 교섭 난항을 이유로 4주 연속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생산에 차질을 빚은 물량이 4만여대에 이르면서 판매량 감소 우려도 나왔다.

기아차 관계자는 “교섭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노사 상호간 이해와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회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힘을 모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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