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스라엘 AI모빌리티 대대적 투자

이스라엘 스타트업 UV아이가 보유한 자동차 스캔 설비 모습. 차량의 운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문제점을 비대면 방식으로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UV아이 제공]

오는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 사업 이후 인공지능(AI) 기반 모빌리티 분야에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정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현대차그룹의 미래 중장기 실행의 구체화된 전략으로 해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스라엘의 AI 기반 모빌리티 솔루션 스타트업인 ‘UV아이(UVeye)’에 전략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밀 유지 계약에 따라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현대차가 총 유치금 4400만 달러(한화 약 440억원)의 절반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4년 전 창업한 UV아이는 AI 기반으로 차량 검사와 보안 시스템을 개발·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을 활용한 안전 문제 파악에 선도적인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차의 투자가 갖는 의미는 크다. UV아이가 보유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획기적인 차량 검사 체계를 도입하면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의 비대면 서비스 지원을 자연스럽게 강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 UV아이는 작년 3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오토모티브테스팅엑스포(Automotive testing Expo Korea) 2019’에선 차량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360도 스캐너를 선보였다. 발전소와 경기장 등 보안이 요구되는 장소부터 차량 대여 사업장이나 서비스센터 등 다양한 공간에서 차량의 문제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설비다.

해당 설비는 차량 공유서비스는 물론 중고 차량의 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UV아이가 자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가 차체 손상부터 브레이크·배기 시스템, 타이어 상태 등 운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를 포착한다. 열감시 시스템을 활용해 차 안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도 있다.

UV아이 CEO 겸 공동 창립자 아미르 히버(Amir Hever)는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을 통해 차량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프로젝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특히 선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현대차와 협력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모빌리티 구상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조원대 규모의 미국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이어 비대면 차량 서비스 강화를 위한 기술력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GM(제너럴모터스) 러시아 공장 인수와 중국 내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판매법인 설립 등 굵직한 설비 투자와 함께 시너지도 기대된다. UV아이 설비를 활용한 품질력 개선 프로젝트의 대상이 광범위한 덕분이다.

현대차가 지난 2018년 이스라엘에 개소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센터 ‘현대 크래들 텔아비브(TLV)’의 협업 체계도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알레그로.ai와 이번 UV아이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고도화된 자율주행과 신속한 업무 프로세스를 돕는 딥러닝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발굴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UV아이가 국토 안보 및 자동차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검사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향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보안 시스템의 영역은 무한대에 가까울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나서는 가운데 현대차가 선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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