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은 지난해 더CJ컵에 출전한 뒤 PGA 투어 진출 꿈이 더 단단해졌다고 고백했다. 모든 선수들이 단점이 없어 보였다면서도 “잔디에 익숙해지면 투어 적응도 빨리 할 수 있을 것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을 보기좋게 뒤엎었다. 시작은 또래보다 늦었지만 동기보다 앞서 2승 고지를 밟았다. ‘한 분야에서 별이 되라’는 의미로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뜻 그대로 되려나 보다.
지난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빛낸 20대 선수들 가운데서도 가장 빛난 별, 김한별(25)을 최근 강남구 골프존 미디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2개 대회 연속(헤지스골프 오픈·신한동해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유일한 다승 선수가 됐다. 대상 2위, 상금왕 2위(4억2200만원). 이런 활약덕분에 올시즌을 앞두고 SK텔레콤과 메인 스폰서 계약도 맺었다. SK텔레콤은 “PGA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김한별과 3년 계약을 했다.
지난해 1승, 2승을 거둘 때 이름을 빗대 ‘원 스타’ ‘투 스타’로 불렸던 그에게 물었다. 올해 우승 한 두 번 더 해서 스리스타, 포스타 해봐야죠? 김한별이 주저없이 답했다. “파이브(5) 스타까지는 가야죠.”
▶웨이트훈련에 눈 뜨고 골프가 편해졌다=교사 부부인 부모님을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반해서 선수의 길로 들어선 게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아버지는 교원연금까지 깨면서 뒷바라지를 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 전까지 웨이트훈련이라는 걸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그는 한국체대에 입학한 후 체계적인 체력훈련을 경험하면서 거리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대학 1학년 때인 2017년 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호심배 아마추어선수권과 허정구배 아마추어선수권을 연속 제패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많이 나가야 260야드였던 드라이버 비거리가 280야드를 훌쩍 넘고 300야드까지 가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골프가 너무 편해졌어요. 지금은 거리를 늘리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게 보낼까 고민하죠.”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거리 291.28야드(24위)를 기록한 김한별은 장타 팁으로 ‘인아웃 스탠스’를 꼽았다. “왼발을 앞에 놓는 인아웃 스탠스를 선 뒤에 스탠스 방향대로 백스윙을 들었다가 내려와요. 그리고 최대한 훅을 치려는 느낌으로, 드로우성으로 치면 평소 샷보다 거리가 많이 나더라고요. 저도 롱홀 등 거리를 좀 많이 보내고 싶을 때 이렇게 합니다.”
김한별의 스윙은 상체를 힘껏 돌리는 유연한 회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한별은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옆구리를 찢는 느낌으로 이렇게 배웠다. 선배들이 허리 아프지 않냐고 묻는데 아프거나 하진 않다”고 웃었다. 이상섭 기자 |
▶“이제 1번홀 티샷 마쳤다, 세컨드샷은…”=미국 진출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다. 지난해 10월 PGA투어 더CJ컵에 출전한 후 이 꿈이 더욱 확고해졌다. 당시 대상 포인트 1위 자격으로 출전한 그는 국내파 5인방 중 가장 좋은 성적(공동 48위)을 작성했다. 데이터도 나쁘지 않았다. 퍼트 이득 타수 2.842개로 출전선수 중 16위에 올랐고 평균퍼트수 공동 22위(1.667개), 그린적중률은 공동 27위(66.67%)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든다면 올해 콘페리투어(2부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할 계획이다.
“(PGA 투어) 모든 선수가 단점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드라이버와 퍼트도 크게 밀리지 않았고요. 다만 그린 주변 칩샷은 좀 보완해야 할 것같아요. 단점없는 선수가 돼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빨리 겨뤄보고 싶어요.”
지난해 눈부신 성적에도 “80점 정도만 주고 싶다”는 김한별은 그래서인지 일찌감치 비시즌 훈련에 들어갔다. 대전 유성구 골프존 레드베터아카데미에서 체력훈련부터 시작한 그는 2월 중순 제주에서 2주간 본격 동계훈련을 할 예정이다.
김한별의 스윙은 상체를 힘껏 돌리는 유연한 회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한별은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옆구리를 찢는 느낌으로 이렇게 배웠다. 선배들이 허리 아프지 않냐고 묻는데 아프거나 하진 않다”고 웃었다. [KPGA 제공] |
“동계훈련에선 좀더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에요. 체력훈련을 통해 신체능력을 키우는 것, 그리고 단단한 멘탈을 만드는 것이죠. 작년에 멘탈적인 부분이 아쉬웠거든요. 최경주 선수와 지난 시즌 두차례 동반했는데, 버디든 보기든 표정변화가 전혀 없는 걸 보고 많이 배웠어요. 잔잔한 파도같은 느낌이었죠.”
작년 신한동해오픈 정상에 오른 후 인터뷰에서 우승 상금(2억5200만원)으로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겠다고 했던 김한별은 “집은 못샀지만 아버지가 제 훈련비 대느라 깨신 연금은 다 복구했다”며 활짝 웃었다.
“골프 인생을 18홀이라고 봤을 때 저는 이제 막 1번홀 티샷을 마친 상황인 것같아요. 세컨드샷이요? 올시즌 3승과 제네시스 대상이죠. 정확하게 핀 보고 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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