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무대서 2승을 올리며 존재감을 확인한 김효주가 오는 25일 열리는 KIA클래식을 통해 1년4개월 만에 LPGA 투어에 복귀한다. 올시즌 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김효주는 “PGA 투어 브라이슨 디섐보처럼 다른 차원의 골프를 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KLPGA 제공]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LPGA 투어) 마지막 우승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안나요, 하하. 우승 욕심이요? 올해는 무조건 있죠. 1승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거에요.”
‘골프천재’ 김효주(26)가 1년4개월 만에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복귀해 5년 만의 우승 사냥에 나선다. 오는 25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에서 열리는 KIA클래식이 그 무대다.
김효주로선 다시 LPGA 투어 루키가 된 기분이 들 법도 하다. 2015년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1년 넘게 긴 공백기를 가졌던 데다 그 사이 완전히 다른 선수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2020 시즌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전담 트레이너를 두고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실시한 그는 코로나19로 지난해 KLPGA 투어에만 전념하면서 2승을 획득, 상금왕(7억9713만원)과 다승왕, 최소타수상(69.56타) 등 5관왕을 휩쓸었다. ‘골프천재가 돌아왔다’ ‘제2의 전성기가 왔다’는 찬사와 함께 김효주의 이름값을 제대로 확인한 한 해였다.
김효주는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성기라니, 아직 멀었다”고 쑥스러워 하면서도 “1년 전 비시즌 때 체중을 4㎏ 늘리고 웨이트훈련에 집중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너무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이번 겨울에도 작년과 똑같은 패턴으로 훈련했기 때문에 올시즌이 기대된다. 첫 대회인 KIA클래식부터 얼마나 달라졌을지 계속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고 싶은 느낌이 들 것같다”고 했다.
이번 동계훈련서 식단관리와 고강도 웨이트훈련 등을 통해 체중은 2㎏가 더 늘었다. 2년 전에 입던 상하의가 모두 안맞아 지금은 두 사이즈 더 큰 걸로 입는다는 김효주는 확실히 비거리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15~20야드는 더 늘었어요. 티샷 떨어진 자리가 다른 선수들보다 멀리 가 있으니 어깨에 힘 들어가고 그러던데요.(웃음) 세컨드샷이 완전히 다른 차원이 됐죠. 작년에 미국에서 이런 것들을 확인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제 궁금한 게 풀리겠죠. 얼마나 내가 달라졌을지.”
김효주에게 올시즌 영감을 준 선수를 묻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이름이 나왔다. 이달 초 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파5홀 호수를 넘기는 370야드 티샷으로 화제가 된 장면을 몇번이나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효주는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진짜 괴물 같았다”고 웃으며 “디섐보의 샷을 보니 다른 선수들과 아예 다른 경기장에서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골프가 아니더라. 한번쯤은 나도 저렇게 ‘다른 골프장’에서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무대서 2승을 올리며 존재감을 확인한 김효주가 오는 25일 열리는 KIA클래식을 통해 1년4개월 만에 LPGA 투어에 복귀한다. [KLPGA 제공] |
동료 선수들이 꼽는 ‘교과서 스윙’의 대표주자인 김효주가 닮고 싶은 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스윙이다. 일관된 샷의 첫번째 요인으로 ‘정타’(正打)를 꼽는 김효주에게 연습량이 많지 않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새길 만한 정타의 팁을 물었다.
“저도 많이 연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랜만에 공을 칠 때 항상 ‘공을 보는 시선’을 생각해요. 그것만 생각하면 나쁘지 않게 맞더라고요. 어드레스 때 공을 보는 시선, 즉 눈과 볼을 연결한 라인이 임팩트 때까지 상하좌우로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거죠. 두번째는 백스윙인데, 멀리 보내려고 크게 들면 그만큼 정교하게 내려오기 어려워요. 백스윙을 조금 더 줄이고 정확하게 맞히도록 많이 조언해 드립니다.”
L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김효주의 마지막 우승은 2016년 1월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였다. 5년 간의 우승 가뭄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고 어린 나이에 상처도 받았을 터. 그러나 그는 특유의 털털한 성격으로 웃어 넘겼다.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었어요. 저 역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다행히 작년 한국에서 너무 즐겁게 풀시즌을 뛰고 성적도 잘 나와서 마치 좋은 보약을 먹은 느낌이에요. 이 기운을 쭉 이어서 올시즌 첫 목표인 1승을 향해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