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탄 미국 집값 불 붙었다…시애틀 14.3%↑·샌디에고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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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미국의 지난 1월 집값 상승률이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사적으로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다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재택근무, 더 큰 집을 원하는 수요 등이 뒤섞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3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1월 전미주택가격지수는 작년 1월(212.48) 대비 11.2% 오른 236.31을 기록했다. 상승률은 2006년 2월 이후 15년만에 최고치다. 블룸버그는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상승률 중간값 추정치인 10.5%를 넘었다고 전했다.

이 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작년 12월엔 10.4%였고, 11월엔 9.5%, 10월엔 7%를 기록하는 등 상승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다.

크레이그 라자라 S&P다우존스 글로벌 인덱스 투자전략 최고책임자는 “작년 6월 시작한 가격 상승추세는 8개월째”라고 했다.

미국 내 20개 도시를 추린 지수를 보면, 전년과 견준 상승률은 11.1%다. 2014년 3월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거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피닉스의 상승률이 최고로 15.8%였다. 20개월 내리 올랐다. 시애틀과 샌디에고가 각각 14.3%, 14.2%로 뒤를 이었다.

샌디에고에서 부동산 중개를 하는 모니카 프라사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집들이 선반에서 날아가고 있다”며 “이사할 준비가 된 구매자가 있어도 재고가 없기 때문에 집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돈을 싸게 빌릴 수 있게 돼 집값 상승의 고삐가 풀렸다는 진단이다. 30년짜리 주담대 금리는 지난 1월 사상 최저치인 2.65%를 기록했다. 작년 7월, 처음으로 3% 아래로 떨어지자 차입력이 커진 구매자들이 교외에 있는 더 큰 집을 사려고 나서 미친 집값 상승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이날 내놓은 자료에서도 1월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록적인 연간 데이터 상승이라고 WSJ는 전했다.

집값이 크게 오른 영향으로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생애 최초 주택 구입 희망자가 집을 갖긴 더 어려워졌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월말 현재 판매용 주택은 103만채다. 1월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1982년 이후 가장 적다.

집값 상승의 책임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돌리는 의견도 있다. 연준이 주택담보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대량으로 사들인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주 기준 2조2000억달러의 MBS를 연준은 보유하고 있고, 이는 전체 MBS시장의 3분의 1수준이라고 CNBC는 설명했다.

그러나 집값 오름세가 한 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WSJ는 경제학자들은 판매용 주택 부족이 주택 가격을 계속 상승시킬 것이라고 말한다면서도 주담대 금리도 상승하고 있어 구매 수요의 일부를 늦출 수 있다고 썼다. 최근 30년 고정 주담대 금리가 3.17%를 기록, 작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하면서다.

린 피셔 FHFA 부국장은 블룸버그에 “주택가격은 작년과 올해 들어 역사적인 상승률을 보였지만, 월별 상승세를 완화하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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