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자’ 미국… “윤리적으로 끔찍하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간 쟁탈전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은 유독 백신을 풍부하게 보유해 부러움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4명 중 1명꼴로 백신 접종을 마쳤다. 또 인구의 40% 이상이 최소한 1차례 백신을 맞았다.

마이애미의 대형 병원인 잭슨메모리얼은 백신 수요가 줄고 있다며 접종을 줄여나가기로 했고, 미시간주(州)에서는 고교생에게 백신을 맞히고 있다.

반대로 인도에서는 전체 인구의 1.4%만이 백신 접종을 마쳤으며, 환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병원에서는 산소가 바닥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거나 정체된 반면 전 세계적으로는 2월 이후 주당 신규 감염자가 거의 2배로 늘었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나미비아나 케냐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차별 정책)'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이 백신과 백신 제조에 필요한 재료에 대해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계승해 백신과 백신 재료의 생산을 늘렸다.

백악관은 이 조치가 수출 금지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비판론자들은 이로 인해 미국 회사들이 공급 대기줄의 맨 앞으로 새치기를 하게 되면서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WHO의 전염병 학자 마리아 밴커코브는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과학적으로 이는 끔찍하다"고 말했다.

조지타운대학의 로런스 고스틴 국제보건법 교수는 "저소득 그리고 중위소득 국가에는 재앙 같다"며 "특히 전 세계에 백신을 접종하는 엔진이 될 수 있는 인도 같은 나라들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정책 기조 변경이나 백신의 지식재산권·상표권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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