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검토만 2년째…‘난장판’ 된 지하철 미세먼지 집진기 사업

지하철 내 미세먼지 집진기에 모인 먼지를 고압의 물을 분사해 청소하고 있는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신기술을 도입해 지하철 미세먼지를 줄이고자 한 서울 지하철 집진기 설치 사업이 표류 1년 여 만에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양방향 집진기 제조사인 리트코가 최근 조달청을 통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납품가격에 합의를 보면서다. 하지만 국고까지 지원받아 지하철 공기질을 개선하려던 신사업은 특혜 시비, 소송, 감사, 수사의뢰까지 온갖 얼룩으로 점철된 나쁜 선례를 남겼다.

▶교통공사와 민간업체 간 ‘82억 싸움’ =양방향 집진기 설치 사업은 지하철 터널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터널에서 도심지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동시에 제거하는 설비다. 시는 2022년까지 지하철 내 미세먼지 농도를 법정기준의 5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세우고, 2019년과 2020년에 각 300억 원씩 모두 600억 원을 투입해 지하철 터널 128곳에 집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9년분 예산 조차 90억 원만 썼고, 나머지 210억 원을 1년 6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집행하지 않고 있다. 교통공사가 조달청에 발주 의뢰를 지난해 12월 말에야 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최근까지도 교통공사가 발주한 128억 원을 제외한 82억 원을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리트코 측은 6호선 본선 환기구 45곳에 대해 물품 제조, 설치, 시운전, 부대공사까지 설계내역서에 모두 178억 원이 필요하다고 제출했다. 반면 공사는 82억 원을 일반경쟁 입찰이 필요한 부대공사비로 뺐다. 리트코 측은 “조달청에 의뢰한 금액 128억 원은 물품비로, 설치공사비 30억 원이 누락됐다”는 주장을 폈다. 누락 예산 검증과 증액을 요구하며 4개월 간 가격 협상이 이어졌고, 최근에야 128억 2000만 원에 가격 합의가 이뤄졌다. 회사 관계자는 3일 “조달청이 통상적용하던 약 80% 전후의 낙찰률이 아닌 99.9%의 전례없는 낙찰률로 가격협의를 마쳤다”며 “하지만 예정원가조사서 상 178억 원의 72%다. 절대 공기(工期)가 부족한 실정에서 연쇄적 사업지연, 선투자로 인한 경영압박이 심각한 현실을 고려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회사는 “누락된 설치비 예산에 대해선 추후 공사에 계약 또는 설계변경으로 반영 요청할 계획”이라고 추후 다툼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달리 교통공사 관계자는 “일정금액 이상의 공사는 분리발주해야하는데, 리트코가 부대공사 예산 부분(82억 원)까지 욕심을 내는 것으로, 공사 지연은 리트코가 설비를 납품하지 않아서”라고 화살을 돌렸다.

▶교통공사 징계처분 받는 임직원들 재심의 요청=이 사업은 지난 1년 반 넘게 ‘시범사업→시의원의 특혜 의혹 제기→서울시 감사→‘문제 없음’ 결론→본 사업 지연→서울시의 고의 지연 여부 감사→담당 임직원 중징계 권고·기관장 경고’로까지 이어지며 표류해왔다. 시 감사위가 이모 기계처장의 해임 등 공사 직원 5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통보한 게 지난 4월 9일이다. 피감자는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한달 안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으므로, 당사자들은 조만간 재심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 감사위는 또 공사의 전임 기술본부장에 대해 수상한 업무 관련성을 의심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 당사자는 사실무근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시 감사 처분 내용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직원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결정해야하지만, 일단 재심의 결과를 지켜 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상자들이 징계처분에 불복하면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소송까지도 나설 수 있으므로 섣부르게 감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고의 지연 의혹에 대해 “감사위가 담당공무원의 그러한 취지 진술을 인용한 게 전부이고, 공사 직원들의 설명은 반영하지 않았다. 공문에 근거해야 하는데 공문 상에는 지연이라고 볼 만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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