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파업 vs 직장 폐쇄…르노삼성차 노사갈등 격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르노삼성차가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 결정에 직장 폐쇄라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노사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르노삼성차는 4일 오전 7시부터 추가적인 공지가 나올 때까지 부분 직장 폐쇄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직장 폐쇄는 노사 쟁의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작업장을 폐쇄하는 것을 말한다. 르노삼성차의 부분 직장 폐쇄는 지난해 1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노조가 지난주 금요일 기습적인 전면 파업에 이어 전날 6시간 파업, 이날 8시간 파업을 강행했다”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인원이 70%에 달해 근로를 희망하는 인원만 라인에 투입하는 부분 직장 폐쇄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르노삼성차 노조는 임단협 협상에서 기본금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등을 사측에 제시했다.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순환 휴직자 290여 명 복직을 제시했으나 접점을 찾진 못했다.

노조는 2개의 AS 직영 사무소에 대한 운영 중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희망퇴직 이후 운영상 효율을 위해 사업소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진행한 본교섭에서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진전이 없자 노조는 다시 전면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노사 갈등이 격화하면서 경영 악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M3’의 초기 수출분이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생산성이 약화하면 르노 그룹 차원에서 다른 공장으로 물량을 넘길 수 있어서다.

‘XM3’의 생산마저 이뤄지지 않는다면 르노삼성차의 돌파구는 사라지게 된다. 생산 모델의 국내외 판매가 줄어든 데다 신차 출시까지 긴 기다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부분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작업장 모습. [헤럴드DB]

판매 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지난해부터 계속 감소 중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4.5% 줄어든 11만6166대였고, 올해 역시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실제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한 1만8595대에 불과했다. ‘XM3’에 힘입어 수출은 같은 기간 22.4% 증가한 1만2817대를 기록했지만, 추가 수출 대수는 그룹의 결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노노 갈등도 진행형이다. 노조가 강경책을 고수하면서 소수 노조의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고, 일부는 반대 성명까지 냈다. 사측이 파업 참여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부분 폐쇄를 결정한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의 1100시간에 달하는 파업으로 르노삼성차의 매출 손실은 6000억원에 달했다”면서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향후 생산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수출마저 끊길 경우 경영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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