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삼겹살에 싸 먹는 상추일 뿐이었다. 때로는 상추무침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시금치처럼 밥상에서 자주 보는 채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서는 모두가 주목할 만한 채소이다. 상추에 들어있는 신경진정효과 및 숙면을 유도하는 성분 때문이다. 이전에는 졸음을 유발한다며 많은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기피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글로벌 트렌드로 각광받는 성분이 됐다.
상추는 우리 조상이 귀하게 여긴 채소중 하나이다. ‘고려 사신이 가져온 상추 씨앗은 천금을 줘야만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중국의 고서 ‘천록지여’에서는 상추를 ‘천금채’라고 기록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깻임쌈, 호박잎쌈, 배추쌈, 곰취쌈, 피마자잎쌈중 상추쌈이 제일”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맛과 영양소가 풍부한 상추이지만 현재는 락투신(lactucin)성분에 가장 주목할 만 하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락투신은 상추 줄기에 있는 우유빛 유액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우리 몸에서는 신경안정 작용을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숙면이 면역력에 중요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스트레스·불안감 해소와 관련된 천연 성분이 중요해지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숙면 유도 성분이 다량 들어있는 기능성 상추 '흑하랑'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제공] |
성분 함량을 크게 높인 기능성 상추도 있다. ‘흑하랑’ 품종은 락투신이 1g당 3.74㎎ 들어있다. 일반 상추의 함량(0.03㎎/g)보다 124배 높은 수치로, 일명 ‘꿀잠 상추’로 불린다. 긴장완화와 불면증을 막기 위한 천연 치료제인 셈이다. 락투신 성분이 많아 일반 상추보다 쌉쌀한 맛이 강하며 잎색은 흑적색이다.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에서 스마트농업연구를 맡고 있는 장서우 연구사는 “상추에 잠을 잘 오게 만드는 락투신은 쓴 맛을 내기 때문에 기존에는 쓴 맛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개량돼왔다”고 했다. 하지만 기능성 상추로 차별화하기 위해 전남농업기술원은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락투신이 많이 들어있는 토종 품종을 통해 ‘흑하랑’ 상추를 개발했다. 장서우 연구사는 “락투신 함량을 높인 흑하랑이 요즘 트렌드에 맞춰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다.
락투신 성분이 다량 들어있는 상추의 줄기부분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제공] |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올해 한국에서 나타날 트렌드중 하나로 ‘흔들리는 정신건강을 위한 제품’을 꼽았다. 특히 영양제 대신 천연 식품을 ‘약’ 처럼 섭취하는 것은 푸드 트렌드를 관통하는 핵심 포인트로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흑하랑 상추는 ‘꿀잠 채소’의 진가를 발휘할 천연 식품인 셈이다.
상추는 칼로리도 낮고 소화가 잘 되어 숙면을 위해 저녁식사로 먹기 좋은 식품이다. 이 외에도 일반 채소에 비해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으며, 칼슘·철분을 비롯한 무기질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루테인이 많아 눈 건강에 좋은 녹색잎 채소이기도 하다.
상추를 일상에서 자주 섭취하려면 쌈이나 무침 외에 다양한 조리법이 필요하다. 다행히 상추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에 잘 어울린다. 상추 토마토 샐러드나 상추 샌드위치 등 활용법은 다양하다.
가장 간편한 조리법으로는 주스 형태를 추천한다. 믹서기에 바나나, 체리처럼 숙면에 좋은 과일과 함께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된다. ‘흑하랑’의 경우 특유의 쓴 맛이 과일의 달콤새콤함에 중화되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흑하랑 주스의 효능은 실제로 입증된 바 있다. 경북대학교 스포츠의학연구실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흑하랑 주스(250㎖)를 두 병 섭취한 집단은 총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이 이전보다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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