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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서양 횡단 신기록을 수립하고 2차 세계대전 땐 병력 수송선으로 이름을 떨친 영국이 만든 초호화 여객선 퀸 메리호가 침몰 위기다.
1967년부터 남가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롱 비치 앞 바다에 떠 있다. 풍파로 곳곳이 헐거워져 당장 수리가 필요하지만, 관리·운영 책임 소재를 따지느라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법원 문서 등을 확인·보도한 바에 따르면 퀸 메리호는 즉시 수리에 2300만달러(약 255억원)가 필요하다. 구조용 철강이 부식하고, 선체가 손상돼서다. 운영자들이 수년간 방치했다. LAT는 배가 향후 2년 안에 침수 혹은 전복할 수 있다고 했다.
퀸 메리호의 현 소유주는 롱 비치 시(市)다. 대서양 여객선의 인기가 시들해져 영국 회사가 퇴역시킨 걸 시가 1967년, 340만달러에 매입했다. 관광 명소로 키우려고 태평양에 영구 정박시켰다.
퀸 메리호로 인한 경제 성과는 만만치 않다. 2019년 기준 관광객 등이 1억1520만달러를 쓰고, LA카운티는 2억5300만달러의 경제 생산과 610만달러의 세수를 얻었다.
그러나 시가 퀸 메리호 운영을 맡긴 업체들은 대형 선박을 호텔 등 위락시설로 개조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고정비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퀸 메리호는 1967년 미국 롱 비치시가 340만달러에 매입했다.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난 퀸 메리호는 1967년 12월 9일 롱 비치항에 도착했다. [퀸 메리호 트위터 계정 캡처]현 운영사인 부동산 투자사 어번 커먼스는 퀸 메리호 주변에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상업지구 개발 계획을 갖고 신탁사도 설립했지만 5억달러가 넘는 부채로 앞선 운영사처럼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퀸 메리호는 수리가 급한데 시와 운영사 모두 수리 책임이 없다고 하거나 능력이 없는 처지다.
롱 비치시는 어번 커먼스가 여전히 임대 의무를 지고 있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새로운 입찰자에게 임대를 넘기는 걸 막았다.
1936년 첫 항해를 시작한 퀸 메리호는 명예로운 세월을 보냈다. 첫 출항 이후 1952년까지 최고속도로 대서양을 횡단한 기록을 갖고 있었다. 2차 대전 땐 배 전체를 회색으로 칠하고 최대 1만5000여명의 병력을 한 번에 수송해 ‘그레이 고스트(Grey Ghost·회색 유령)’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길이 310m·높이 55m의 이 역사적인 배가 말년에 돈 문제로 가장 어려운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퀸 메리호는 코로나19 탓에 작년 5월 7일 이후 폐쇄됐고, 재개장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