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기 백제갑옷이 천자문 전래된지 얼마 안된 일본 계통?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600년 전 백제 남부 세력은 인근 가야, 신라, 왜 등과 경쟁 혹은 협력하면서 세력 확장을 꾀했는데, 당시 군사들이 입었던 갑옥과 투구가 발견돼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재현을 시도했다.

27일 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은석)에 따르면, 5세기 갑옷인 대금계판갑(帶金系板甲)은 가로로 긴 철판과 삼각형 모양의 철판에 구멍을 내고 사슴 가죽끈으로 연결했다.

삼각판혁철 역시 삼각형 철판을 가죽끈으로 이어붙인 형태의 갑옷이며, 충각부주(三角板革綴 衝角附, 투구)는 전면이 앞쪽으로 튀어나온 새부리 모양이었다.

문화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왜계(倭係:일본계) 갑주(갑옥과 투구)’라는 표현을 썼다.

5세기 백제 남부지역 갑옷 재현

백제가 일본에 천자문을 알려주던 시기는 4세기 후반이고, 통치구조 등을 정립해준 시기는 5세기, 불교를 알려주던 시기는 6세기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백제가 일본의 문물을 역수입했다는 느낌을 주는 ‘일본계 갑옷과 투구’라는 표현이 일견, 역사적 맥락과 어긋나는 느낌을 준다.

이에 대해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측은 “고흥 야막고분에서 발견된 삼각형 철판 갑주 유물의 제작 시기 만큼은, 일본 내에서 발굴된 비슷한 유물 보다 시기적으로 늦은 것으로 보인다. 부장품도 일본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것이 있었다. 가야는 아예 다른 형태의 갑옷(종장판갑)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5세기는 남부지방과 일본 간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였다”고 답했다.

삼각형 철판 갑옷과 충각부주 투구를 누가 먼저 개발해 상용화하고,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는 야막 고분 갑옷발굴 건 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에 재현한 고흥일대 갑옷과 투구의 모양은 요즘 사극에서 보는 일본식과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 전쟁 무기체계는 나라의 체계가 정립된 이후 고도화되는 것인데, 당시 우리가 문명을 거의 일방적으로 일본에 전달해주었던 점으로 미뤄, 사극에 나오는 일본군 갑옷 투구가 혹시 원래 백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당시 두 나라의 우호관계를 고려하면 일본이 자생력을 가진 뒤 개발한 다양한 문물을 백제 남부지역 호장과 장병들이 수입해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두 공동체가 형제 같은 동맹이었다면, 문물 개발 선후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겠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유물의 제작기술을 확인하기 위해 현미경 분석과 엑스선 투과 분석, 3차원 레이저 스캔, 재질 분석과 같은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한 끝에 긴 시간 부식되고 녹아버린 각각의 지판과 부속물들의 연결순서와 매듭방법을 퍼즐조각처럼 맞추었으며, 투구에는 머리 장식으로 새의 깃털을 달았던 흔적과 볼가리개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제작기술을 복원할 수 있는 설계도를 완성해 이를 바탕으로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과 함께 재현품을 제작했다.

재현품은 2㎜두께의 철판에 다섯 번의 옻칠을 하여 재현했으며, 갑옷 무게는 4.4㎏, 투구 무게는 1.6㎏이며, 재현품으로 추정해본 갑옷 주인이자 고흥 야막 고분의 피장자는 키가 약 160㎝의 성인 남자로 판단된다. 연구소측은 키가 작은 편이라고 했지만, 당시 이 키면 평균 또는 그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 백제인이 살던때로부터 1000년 후인 조선시대(15~19세기) 한국남성의 평균신장은 161.1㎝, 일본인은 155~156㎝ 정도였다는 의학계 조사분석이 나온 바 있다.

5세기 백제 남부지역 군사의 갑옷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고흥군 풍양면 야막고분에서 출토된 삼국 시대 갑주(갑옷과 투구)의 전통 제작기술을 연구하면서 재현품을 제작해 28일부터 공개한다.

지난 2012년 고흥의 고흥만이 내려다보이는 구릉의 정상부에 자리한 야막고분에서 5세기 초 유물로 보이는 갑옷과 투구가 출토된 바 있다. 발견 당시 갑옷의 구성품인 판갑은 세워져 있었고, 견갑, 경갑 그리고 투구는 옆으로 뉘어진 채 확인되었다. 판갑(板甲): 몸통을 보호하기 위해 입는 갑옷의 일종이고, 견갑(肩甲)은 어깨를 보호하기 위한 갑옷의 부속구, 경갑(頸甲)은 목과 가슴부분을 보호하기 위한 갑옷의 부속구이다.

한편, 유물의 재현품 연구와 함께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삼국 시대 갑옷과 투구 만들기 손수제작물(UCC) 공모전’을 기획하여 직접 입어볼 수 있는 종이 갑옷과 투구를 제작해 나주지역의 11개 초등학교 694명의 학생과 함께하는 체험행사를 지난 4월에 진행하였고, 공모전 수상학교에 찾아가는 전시인 ‘날 찾나연(날마다 찾아가는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을 28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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