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태 재발 막는다…농지법 위반 대출금 조기 회수·‘셀프대출’ 제재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농지 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이 농지법을 위반하면 대출을 회수하고, 임직원에 대해 가족 등의 대출을 직접 심사하는 ‘셀프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일부 지역 농협 등 상호금융권 대출이 부동산 투기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일자 불합리한 대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고 27일 밝혔다. 농·수·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중앙회도 참석했다.

현재는 농지 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농지법 위반으로 처분명령을 받더라도 대출 계약을 만기까지 유지하거나 심지어 만기를 연장하기도 한다.

최근 이뤄진 부동산 투기 조사에서는 농사를 짓겠다며 땅을 사들인 뒤 영농활동을 하지 않은 농지법 위반 혐의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농지법상 농지는 영농 목적으로만 소유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업권의 여신거래기본약관을 개정해 농지법 위반에 따른 처분을 대출 기한이익 상실(중도 회수) 사유로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마땅한 규제가 없었던 임직원의 ‘셀프 대출’과 관련해서도 금융사에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법령을 개정하고 위반 시 제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금융위는 법령에 임직원 대출 제한 규제를 마련하고, 비상임 임원에도 이런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임직원 대출 제한 규정이 중앙회 내규에 불과해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어렵고, 비상임위원은 적용 대상도 아니다.

개인사업자가 농지 담보대출을 받으면 사업자금으로 간주해 꼼꼼히 심사하고 자금사용내역을 사후 점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가계 자금 용도로 대출받은 뒤 농지를 사는 사례가 많아서다.

공동대출 한도(총대출의 20% 이내) 규정은 모범규준에서 법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공동대출은 동일 채무자 및 동일 담보 물건에 대해 복수의 상호금융조합이 동일 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취급하는 담보대출을 가리킨다.

상호금융업권의 공동대출 증가율은 2018년 13.3%에서 지난해 37.1%로 크게 올랐다. 작년 말 기준 15조6000억원 규모다.

아울러 정부는 상호금융업권의 개인차주 동일인 여신한도를 현행 50억원에서 25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자기자본 기준, 자산총액으로 기본한도 계산하는 경우 현행 7억원 유지). 저축은행 개인차주 한도(8억원)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조합은 매년 외부회계 감사를 받도록 상호금융업권의 외부 회계감사 대상과 기준을 통일한다.

신협 조합이 재무관리 개선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중앙회장이 다른 상호금융업권의 경영개선명령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경영관리를 부과할 수 있도록 바꾼다.

또 상호금융조합의 순자본비율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부실 우려 조합에는 자본 보전을 위해 이익 배당 제한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완충자본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상호금융조합·중앙회가 미사용 한도성 여신 중 일부를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하고 자본 비율 산정 시에도 위험 자산에 추가하도록 한도성 여신 리스크 관리 체계도 도입한다.

금융위는 오는 8월 말까지 이번 협의회에서 논의한 제도 개선 방안의 구체적 내용을 관계부처·업계와 협의하고 9월 중으로 관계 법령 개정을 위한 입법 예고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와 상호금융 중앙회는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 휴면 예·적금 찾아주기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휴면 또는 장기 미거래 예·적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각각 986억원,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미지급 출자금과 배당금도 올해 3월 말 기준 각각 1274억원, 119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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