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 피의자 조사 때 수갑·포승 채워…“인권침해” [촉!]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묻지마 칼부림 사건’을 벌인 강력범죄 피의자를 조사할 때 포승줄과 수갑을 계속 채울 수 있도록 한 법무부 지침은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검사 조사실에서 구속 중인 피의자를 조사할 때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호장비를 착용할 수 있도록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이하 지침)을 개정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지침 제361조 제1항은 검찰 조사 중 피의자의 보호장비를 원칙적으로 해제하되, 특정 강력범죄자, 마약류 관련 범죄자, 정신질환자, 상습 규율위반자 등에 해당하는 수용자에 대해서는 보호장비 해제 여부를 검사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진정인 A씨는 지난해 9월 아무런 이유 없이 칼로 지나가던 행인의 목을 그어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A씨는 이후 검사실에서 5시간30분가량 조사를 받았을 때 수갑을 풀어 달라는 요청이 거부되고, 조사 내내 포승과 수갑에 묶여 있었다며 이번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A씨를 신문했던 검사는 ‘묻지마 살인 미수’ 피의자로 지침상 보호장비 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 수갑을 풀면 도주하거나 난동·자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갑을 그대로 둔 채 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교도관에게 수갑 해제를 요청해 수갑을 풀어줬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도주·폭행·소요의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보호장비를 해제하도록 한 지침이 헌법 원칙과 국제 기준에 비춰 예외 대상의 범위를 너무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 피의자의 방어권과 신체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 강력범죄자, 마약류 범죄자 조사 시 특별한 주의와 대책을 정하는 정도의 규정 정도면 된다고 봤다.

또 A씨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나 구치소 수감 생활 당시 자해, 소란 등 특이한 행동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A씨가 보호장비 해제 예외 대상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해당 검사의 판단이 보호장비의 해제 여부를 검사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한 지침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검사 개인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해 지침 개정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