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조선·전자까지 역대급 ‘夏鬪’ 예고…수출 활기에 찬물 우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 일대에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

국내 제조업계 노동조합들이 일제히 강도 높은 ‘하투(夏鬪·여름철 노동계 연대 투쟁)’를 예고한 가운데 이번 주가 파업 확산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계에서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 기대감으로 수출 기업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데 극단적 갈등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칫 좋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오는 6일과 7일 양일 동안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고, 이번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면 노조 측은 합법적인 쟁의 권한(파업권)을 얻게 된다.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서게 되면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현대차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00%+300만원 ▷격려금 200만원 등 약 1000만원대의 지급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성과급으로 전년 당기 순이익의 30%를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에 돌입해 온 한국GM 역시 노사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일부터 파업권 확보를 위한 조합원(7655명) 찬반 투표를 이날까지 진행한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누적 적자만 3조원을 넘을 정도다. 하지만 군산공장 폐쇄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18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매년 파업에 몸살을 앓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와 한국GM의 하투가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로 인한 영업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현대차의 생산 차질 물량은 올 상반기에만 7만대에 달했고, 한국GM도 창원공장과 부평2공장에 대한 감산을 실시 중이다.

여기에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파업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GM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경우 반도체 수급난 영향으로 올해 1월부터 5월 매출이 평년 대비 40% 가량 감소했다. 지난달 한국GM이 일주일에 8시간만 공장을 가동하면서 협력업체의 매출은 60%까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잇따른 수주 소식으로 반등 기회를 잡은 조선업계도 파업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개정 노조법 시행일인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전면파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1월 현 노조 집행부가 출범한 후 부분파업은 있었지만 전면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월 2년치에 대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했지만 부결됐다. 사측은 당장 교섭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사간 견해차가 너무 커서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가전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 노조가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지난달 21일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창사 이래 첫 파업이고,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 선언 이후 삼성 계열사 내 첫 파업에 해당한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해 2월 한국노총 산하로 출범했다. 현재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의 10%를 웃도는 2400여명 규모다.

경제계에서는 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노조법에 담긴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의 내용으로 노사간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지금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산업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노동 형태와 노사 관계도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와 같은 노사 갈등 상황에 머물러 있을 경우 이러한 흐름에 뒤쳐지고 국가 산업의 전반전인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정환·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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