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일의 현장에서] 대선 때마다 헛공방…기업정책 이번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주자들의 미래구상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반성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맹공에 가려져 아직 국내 산업에 대한 혜안과 비전을 찾아보기엔 어려운 감이 없지 않다.

그 와중에 몇몇 주자는 깨알처럼 나름의 산업성장 전략을 제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규제법안이라는 동시다발적 악재 속에서 홍역을 앓았던 재계도 이를 예의주시하며 각 주자의 구상이 몰고 올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출마선언에서 “규제합리화로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어떤 규제가 개선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4년 전 대선 출사표를 던질 당시 “재벌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기술혁신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2만7000개, 미래차 15만개, 바이오헬스 30만개, 드론 17만개, 디지털벤처 40만개 등 좋은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재벌 대기업에 날을 세웠던 박용진 의원은 법인·소득세 감세,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통한 상속세 감면 등 감세를 주장하고 나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발언에서 4년 전보다 ‘반(反)기업’ 정서가 다소 누그러진 듯한 느낌을 받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첨단 디지털산업을 비롯해 바이오와 그린 에너지, 항공우주 산업 등을 집중 투자 대상으로 꼽으면서 동시에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시각도 드러냈다.

지난 대선이 대통령 탄핵 속에 치러지면서 ‘정의’, ‘적폐청산’이 주요 화두였다면 이번 대선은 다르다. 각 후보자를 평가하는 잣대는 ‘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전통산업의 혁신과 신산업 발굴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올 초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정부주도형 산업정책 추진과 적극적 기후변화 대응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배터리 산업 자립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녹색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앞세워 유럽 내 산업의 진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각 주자가 내놓는 산업정책과 비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름의 정책으로 ‘경제대통령’을 표방하고 있지만 빨라지는 글로벌 산업재편에 대응할 만한 내용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선거 때마다 색깔론과 각종 의혹을 둘러싼 헛공방 탓에 이 같은 논의는 가려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달라져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각 주자가 얼마나 발전적인 비전을 제시하는지가 주요 잣대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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