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발묶인 믹서트럭 신규등록…곪아터지는 레미콘 시장 [현장 돌직구]

레미콘 시장이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묶어놓은 콘크리트믹서트럭 신규 등록 제한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곪아터지고 있기 때문. 이런 비정상은 전방산업인 시멘트업계는 물론 건설산업으로까지 그 폐해가 전이될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가 2007년부터 시행 중인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로 인해 콘크리트믹서트럭과 덤프트럭은 12년째 신규 등록을 할 수 없다. 건설기계 임대시장 안정화와 영업용 건설기계의 공급과잉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공급카르텔’로 변질되고 있다.

12년간 레미콘산업이 약 21% 성장한 데 반해 공장당 믹서트럭 계약 차량은 되레 15.7% 감소했다. 생산량에 비해 운반수단이 부족해 시장왜곡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이달 말 신규등록 제한 해제 여부를 재고시할 예정. 업계에선 수요가 급증하는 경기·수도권 등 일부지역 만이라도 신규 사업자 등록을 확대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운송사업자 편인 노동계에선 “레미콘차량은 남아돌고, 운송사업자들은 거액의 차량할부금 등으로 빚더미에 올라있다”며 수급조절을 지속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선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운송사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도 왜곡된 면이 있다고 말한다. 레미콘 생산업체들은 연간 5% 수준의 운반비 인상을 통해 연 평균 6000만원 가량을 운송사업자에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성수기 기준 월 운반비는 617만원 가량. 컨테이너, BCT벌크, 탱크롤리 등 타 업종 운반사업자에 비해 2배 가량 많은 금액이다.

여기에 신규 사업자 진입이 제한되며 믹서트럭 번호판 거래가 관행처럼 굳어져 현재 2500만원 선에 거래된다. 타 운송 대비 고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수 천만원의 초도비용을 감수하는 것이다.

믹서트럭 수급조절 제도는 운반사업자의 독점, 우월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신규 진입이 막혀있다 보니 기존 사업자들의 공급카르텔이 형성돼 기득권 유지를 위한 집단행동도 불사하는 지경이다.

이는 믹서트럭의 대체 불가성을 악용한 것. 레미콘은 반제품 생산 후 90분 이내에 운반, 타설이 완료돼야 한다. 운송 과정에서 레미콘이 굳어지지 않으려면 드럼 장치가 된 믹서트럭이 아니면 제품 공급이 불가능하다. 대체, 보완 수단이 있는 덤프트럭, 콘크리트 펌프카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2019년 격주 토요휴무에 이어 올 3월부터는 전면 토요휴무로 주 40시간을 시행, 운송차량 부족으로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는 건설현장의 레미콘 공급대란으로 이어지며 공사기간까지 지연시키고 있다. 운송거부를 따르지 않는 일부 운송사업자에 대해선 운행을 방해, 협박하는 등 집단행동까지 불사하는 지경이다.

레미콘업계에선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믹서트럭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 십만 근로자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건설현장이 레미콘 부족으로 일손을 놓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괄적 규제가 아닌 지자체 상황에 맞게 수급조절 결정권을 위임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말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믹서트럭 공급 제한은 레미콘 생산업체와 건설사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운송사업자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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