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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LA)에 최초로 한국식 찜질방 사우나를 도입해 성업 중인 ‘위 스파’가 성 소수자의 권리와 관련된 젠더문제의 상징적인 현장으로 떠올랐다.
지난 3일 LA 한인타운 2700 윌셔대로에 위치한 위 스파 건물 인근에서는 성전환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주장하는 그룹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서로 맞시위를 벌이다 물리적으로 충돌, 진압경찰이 출동해 해산시켰다.경찰 당국에 따르면 맞시위 과정에서 5명이 다쳤으나 체포된 사람은 없다.
시위는 지난 6월말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 한 동영상이 퍼지면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동영상에는 흑인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위스파 직원에게 “어떻게 남자를 여탕에 들어오게 내버려둘 수 있느냐”라며 거친 목소리로 항의하는 장면이 담겼다. 위 스파 직원은 “그는 트랜스젠더로 여성으로 확인됐다”라고 했지만 항의하는 여성은 “어린 여자아이 앞에서 남자의 성기를 드러냈는데도 여성이란 말이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동영상은 트위터상에서만 95만명이상이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동영상으로 인해 위스파 앞에서 보수 기독교신자들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이 모임을 갖고 3일 오전 11시에 트랜스젠더를 입장시킨 위스파측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기로 조직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소문을 접한 트랜스젠더 옹호그룹인 남가주 안티파(SoCal Antifa) 등은 ‘편견없는 LA’를 내건 맞불집회를 갖기로 함으로써 이날 물리적인 충돌사태에 이르렀다.
위스파는 지난 2007년 개업한 이래 한인사회 뿐 아니라 미 주류사회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LA의 대표적인 스파로 자리잡아왔다.
유명TV쇼 호스트인 코넌 오브라이언과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영화 미나리 주연)이 벌거벗고 함께 위스파를 체험하는 동영상은 지난 2015년 촬영돼 유튜브에 업로드된 이래 지금껏 2000만명이 이상이 조회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LA타임스 등 로컬 미디어는 물론 뉴욕 타임즈, CNN 등 여러 주류 미디어들도 LA에 가면 꼭 들러여할 명소로 꼽으며 소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으로 1년 3개월여 동안 문을 닫았다가 지난 5월 다시 문을 열자 그 자체로 미국 매체들에 의해 뉴스가 될 정도였다.
이제 트랜스젠더의 여탕 출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스파는 성소수자 차별 금지의 상징적인 장소로 부각됐지만 젠더문제에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위스파측은 성별,인종,종교,국적, 장애여부, 의학적인 상태, 결혼여부, 성적 취향, 시민권 여부, 사용언어, 이민신분 등과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평등하게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캘리포니아 주법 Civil Code section 51(b)를 강조하고 있다. 트랜스젠더가 여탕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쫓아내면 위법이라는 것이다.
위스파의 한 관계자는 “법과 정서 사이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라 참으로 난감하다”라며 “왜 트랜스젠더를 출입시키냐고 항의하는 전화가 하루에 100통이 넘게 오지만 문을 닫지 않는 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라고 한숨지었다. 황덕준 기자